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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중문화계 병역특례 논의, BTS로 시작해 BTS로 끝날까 우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10.10 00:00 수정 2020.10.09 21:39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하면서 이들의 병역문제와 관련해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현재 국악과 클래식 등에만 적용되어 있는 병역특례가 대중문화계로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는 데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애매한 기준 그리고 대중문화계가 아닌, 방탄소년단에 한한 원포인트 논의로만 거론되는 것에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예술인은 정부 지정 국제 콩쿠르 등에서 1~2등에 입상하거나 국악 등 국내대회 1위를 해야 병역을 면제받는다. 하지만 예술 분야 대상자를 ‘순수 예술인’으로만 한정한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방탄소년단과 같은 한류 연예인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중문화계 병역특례 개정 필요성은 앞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문제다. 하지만 정부는 예술·체육요원의 병역특례 조작 파문이 잇따르자 지난해 11월 병역특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도, 대중문화예술인도 예술 대체복무 요원에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대체복무 감축 기조,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기본 입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결국 “방탄소년단도 병역엔 예외가 없다”는 셈이다.


이후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면서 또 다시 대중문화계에 대한 병역특례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하고, 일부 국회의원들도 너나할 것 없이 “방탄소년단의 한류 전파와 국위선양 가치는 추정조차 할 수 없다”면서 이들에 대한 병역특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일부 국회의원들의 발언이 사실상 편치 않은 이유는, 초점이 ‘대중문화계’가 아닌 ‘방탄소년단’에 맞춰져 있다는 것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스스로 병역의 의무를 다할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계속해서 논의를 촉구하는 것은 방탄소년단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방탄소년단 병역 문제를 정치권에서 계속 논의하는 건 국민들이 보기에 편치 못하고, 본인들도 원하는 일이 아니니 이제는 서로 말을 아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에도 “국민께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본인들이 굳이 원하지 않는데 정치권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이 어떨까 싶은 조심스러운 생각”이라며 “만약 방탄소년단이 군대에 간다면 거기서도 활동을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인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에 기여하는 영향력은 이미 입증됐고, 관광·문화 산업의 핵심인물이 된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사회적인 공감대의 형성이다. 업계 외부적인 시선에서는 병역특례의 존재 가치 자체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방탄소년단만을 위한 특례가 과연 그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논의 자체가 불필요한 건 아니다. 병역특례에서 대중문화계만 빠져 있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중문화계에서 꾸준히 제기했던 병역특례 적용과 관련해 방탄소년단이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선 이런 논의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혹자는 “손흥민은 되고, 방탄소년단은 안 되냐”고 말한다. 애초에 기준이 명확히 마련된 체육계와 달리 대중문화계는 기준이 모호하다. 이런 문제제기가 가능하려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미국의 음악 차트인 ‘빌보드 순위’는 사실상 그 기준점이 되긴 힘들다.


무조건적인 ‘방탄소년단을 위한 병역특례’가 아닌, 형평성에 맞게 ‘대중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기준’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 사실상 이는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현 기조를 유지하는 이상 1992년생인 맏형 진이 올해 안에 입대해야 하는 상황인데, 지금의 상황이라면 과연 그들이 군대를 간 이후에도 대중문화예술인을 위한 특례 논의가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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