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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안 간다는데”…민주당 내 ‘한예종 쟁탈전’ 본격화될까 [D: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6.10 07:08
수정 2026.06.10 07:08

광주·세종·하남 당선인 일제히 ‘한예종 유치’ 공약

강제 이전 시 교수 이탈·학내 반발 등 ‘유령 캠퍼스’ 우려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캠퍼스 이전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에서 한예종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소속 후보 3명이 동시에 당선되면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현재 유치를 공식화한 인사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조상호 세종특별자치시장 당선인, 이광재 경기 하남갑 국회의원 당선인이다. 이들은 저마다의 명분을 내세우며 적임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민형배 당선인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 4월 광주 지역 의원들과 함께 한예종을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이전하고 대학원을 설치하는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초대 통합시 수장 자리에 오르며 행정적 추진력을 확보한 민 당선인은 한예종이 ‘각종학교’여서 석·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없다는 한계를 특별법과 대학원 신설로 해결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조상호 당선인은 ‘국가 균형 발전의 완성’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건립 등으로 외형은 갖췄으나 문화·예술 인프라가 취약한 세종시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조 당선인은 종합국립대와 한예종 유치를 통해 교육·문화예술이 결합된 도시를 만들겠다며 “임기 중 반드시 완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반면 이광재 의원은 ‘수도권 대안론’을 편다. 하남시 성남골프장 부지(약 27만 평)에 한예종을 유치하고, 세계적 미술관과 아트페어를 연계한 문화예술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학생과 교수진이 수용할 수 있는 지리적 마지노선이 수도권이라는 점을 공략한 실리적 접근이다.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배제한 정치권 중심의 강제 이전이 가능한지를 두고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물론 행정·입법 측면에서 정치권이 압박할 시나리오는 존재한다. 문체부 직속 국립 각종학교인 만큼 국회가 설치법령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통과시켜 소재지를 특정하면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게다가 석관동 캠퍼스는 부지 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의릉’ 복원 계획으로 이전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국회가 신규 부지 승인권과 건축 예산 편성권을 무기로 압박할 경우 학교 측이 독자적으로 버티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예술 교육의 특수성을 간과한 외형적 이전은 학교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예종 교육의 핵심은 현업 최고 수준의 교수진과 서울권에 밀집한 문화예술 인프라 간의 유기적 연계에 있다. 비수도권 강제 이전 시 교수진 이탈과 학생들의 자퇴, 입시 기피로 이어져 교육 역량이 와해된 ‘유령 캠퍼스’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번 사안의 가장 큰 맹점은 유치 경쟁 주체들이 모두 동일 정당 소속이라는 점이다. 당 지도부의 조율 없이 선거 승리를 위해 국립 교육기관을 매물 삼아 공약을 남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례로 이광재 의원의 선거공보물에는 하남의 숙원 과제를 돕기로 한 민주당 국회의원 46명의 이름이 실렸는데, 이 중 일부가 한예종 광주 이전 법안의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약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법안 발의 당시 한예종 총학생회 등은 성명을 통해 “예술 교육을 무시한 채 선거용 표심 잡기나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의 정치적 전리품으로 학교를 이용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결국 민주당은 한예종을 두고 호남계(광주), 충청계(세종), 수도권 중진(하남) 간의 내부 이익 충돌이라는 난제를 안게 됐다. 특정 지역을 선택하면 다른 지역의 공약 파기 반발을 감당해야 하고, 수도권 잔류를 택하면 당의 가치인 ‘국가 균형 발전’ 노선과 배치되는 모순에 직면한다.


학내 구성원의 거센 반발 속에서 각자 공약을 강행할 경우 향후 당내 정책위원회의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이 던진 카드가 표심 유치에는 성공했을지언정, 정작 학교의 미래는 지우고 당의 결속력마저 흔드는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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