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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에 배팅 안하나…핵·미사일 '아버지' 내세워 '80일 전투' 공언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10.06 14:13
수정 2020.10.06 14:15

리병철·박정천에 '인민군 원수' 칭호 부여

김정은 "높은 사업실적으로 보답하라"

'80일 전투'…美 대선 불확실성 대비 차원

"트럼프 재선시 관망…바이든 당선시 도발"

6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개발 공신들에게 '인민군 원수' 칭호를 부여하며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김 위원장이 75주년을 맞는 노동당 창건일을 닷새 앞두고 전략무기 개발자들을 추켜세운 만큼, 오는 10일 열병식을 통해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6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가 10월 5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정치국 회의에서는 첫째 의정으로 전당, 전국, 전민이 80일 전투를 힘 있게 벌려 당 제8차 대회를 빛나게 맞이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김 위원장이 직접 주재했다.


매체는 "우리 당과 혁명 발전에서 획기적 의의를 가지는 중대한 정치적 사변으로 될 당 제8차 대회까지 80여일 남아있다"며 "정치국 회의에서는 80일 전투의 기본 목적과 전투기간 견지할 주요 원칙, 이 기간에 수행해야 할 부문별 목표들을 제시했으며, 이를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방도들을 심도 있게 연구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정치국 회의 두 번째 안건으로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즈음하여 당과 군대의 주요 간부들에게 군사 칭호를 수여함에 대한 결정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회의 결과에 따르면, 김정은 시대 핵·미사일 개발 주역으로 꼽히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이 '인민군 원수' 칭호를 얻게 됐다.


김 위원장은 "당과 인민의 크나큰 신임과 기대에 높은 사업실적으로 보답하기 바란다고 당부"하며 두 사람을 축하했다.


인민군 원수 칭호는 3대 세습을 통해 북한 정권이 유지되는 동안 △김영춘(사망) △리을설(사망) △오진우(사망) △최광(사망) △현철해(미상) 등 총 5명에게만 부여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인민군 총수 인사와 관련해 "75돌을 맞는 당 창건과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당 창건일에 앞서 군 인사를 단행한 만큼, 열병식을 통해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6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인민군 총수에 '실적' 당부하며
'80일 전투' 관련 '부문별 목표' 제시
군사적 존재감 내비치려 '판 깔기' 나섰나


열병식과 별개로 북한이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벌이겠다고 공언한 건 불확실성이 커진 미 대선 결과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가능성을 거듭 시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 변수까지 불거지자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북한이 언제든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도록 '판 깔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인민군 원수가 된 핵·미사일 주역들에게 '높은 사업실적'을 주문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국 회의를 통해 '80일 전투 기간 중 수행해야 할 부문별 목표'까지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협상 재개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바이든 후보 당선 시엔 협상 원점 재검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최근 한 화상 토론회에서 "북한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집권 2기에 어떻게 나올지 관망할 것"이라면서도 "바이든이 당선되면 대선 직후부터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난 7월 10일 담화에서 "우리 정부는 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여하에 따라 대미 전술과 우리의 핵 계획을 조정하면 안 된다"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왼쪽부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자료사진) ⓒAP/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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