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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체포’, 내정불간섭 원칙은 인권탄압까지 보호해주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1.07 07:07
수정 2026.01.07 07:07

현금 살포 위주의 산타클로스 정책

연임 불가 5년이 무제한 연임으로

내정 불간섭은 독재자의 성역인가

인권 탄압 응징은 국제사회의 의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근황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스페인어: Hugo Chávez) 대통령의 등장 이래 ‘잠간 동안의 낙원과 끝 모를 나락’을 경험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차베스는 부패한 정치엘리트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증오를 효과적으로 결집하고 자극해 대중의 스타가 됐다. 그는 탁월한 ‘대리 분노’의 기량을 발휘함으로써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1998년 신생정당 제5공화국운동(MVR) 후보로 나선 대선에서 승리, 다음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차베스는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자, 국부로 추앙받아온 시몬 볼리바르(스페인어: Simón José Antonio de la Santísima Trinidad Bolívar Palacios Blanco, 1783~1830년)의 이상을 계승한다는 기치를 들고 ‘볼리바르 혁명’을 선언했다. 그는 군복차림에 직설적 언어, 즉흥연설, TV방송 토크쇼 등을 통해 카리스마적 리더로 떠올랐다.


차베스는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의 계승자로 자처하며 미국·서구를 ‘신제국주의’로 규정했다. 집권과 동시에 미국 석유메이저들이 장악한 자국의 석유산업을 국유화하고 그 돈을 ‘현금성 복지, 무상의료·교육. 저소득층 주택 무상·저가 공급, 직접적 생계지원 등에 퍼부었고 이로써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이끌어냈다. 생산은 늘지 않았는데도 지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당연히 국민의 정부에 대한 의존성은 커졌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 시대를 연 것이다.

현금 살포 위주의 산타클로스 정책

2007~2008년의 세계적 금융위기 전까지는 고유가에 힘입어 산타클로스 식 복지정책이 효과를 거뒀다. 국민은 그의 현금 살포와 사이다 발언에 환호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닥치고 유가가 폭락하자 화폐발행으로 현금수요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구조화하면서 마두로(Nicolas Maduro) 시대(2013~2026년 1월 3일)의 화폐발행 폭발로 이어졌다. 2018년 베네수엘라의 연간 인플레이션은 단순 연간 지표로는 약 13만% 수준, 월별 물가 상승률을 누적적으로 계산할 경우 100만%를 훌쩍 넘어서는 초초인플레이션 수준에 이르렀다.


1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엄청난 배상책임을 감당해야 했던 독일의 경우 1923년 10~11월 중에는 일간지 1부의 가격이 4조 마르크(4 trillion Mark)에 이를 만큼 극초인플레이션 상황이 노정됐다. 그러나 그해 11월 23일 렌텐마르크(독일어: Rentenmark)가 발행됨으로써 인플레이션은 곧바로 잡혔다. 이 화폐를 발행한 도이체 렌텐방크(Deutsche Rentenbank)는 토지·산업 자산을 담보로 32억 골드마르크(Goldmark: 금본위제 시대의 화폐가치) 상당의 기초자산을 설정, 그 한도 안에서 화폐를 발행했다. 총량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극적으로 진정된 것이다. 교환 비율은 1조 파피어마르크(Papiermark: 바이마르 시대의 독일 통화)=1 렌텐마르크였다.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순전히 차베스-마두로 정권의 현금살포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장기간의 살인적 물가고가 초래됐다. 생산을 늘려 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국민에게 분배하는 게 아니라 곳간을 헐어 선심을 썼으니 의도되고 예정된 비극이었다고 하겠다.


차베스-마두로 정권은 베네수엘라의 정치도 망쳐놓았다. 민주정치가 비교적 안정되게 유지돼 오던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치적으로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차베스 이전엔 대통령의 임기가 연임이 금지된 5년이었다. 다시 출마하려면 10년을 기다려야 했다(1961년 헌법).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의 경우 1차 집권 1974~1979년, 2차 집권 1989~1993년 사이가 10년이었다. 라파엘 칼데라는 1969년부터 1974년까지 집권한 후 20년 후인 1994년에서 1999년까지 재집권했다.

연임 불가 5년이 무제한 연임으로

그런데 그 후임 차베스는 취임 첫해에 헌법제정의회라는 것을 구성해 대통령 임기 6년, 1회 연임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을 단행했다. 물론 대통령의 권한도 강화했다. 차베스는 그 연장된 임기가 장기집권이 아닌 개혁 완수에 필요한 시간이라고 떠들었다. 여기에서 멈추지도 않았다. 이런 정권은 국민을 대체로 야금야금(혹은 살라미 식으로) 속이는 재주를 갖고 있다.


2009년이 되자 차베스는 다시 개헌을 통해 임기 제한 규정을 철폐했다. 영구집권의 길을 튼 것이다. 차베스는 4선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듬해 1월 10일로 예정됐던 취임식이 무기 연기됐다. 선거 전해에 골반 암(골육종) 수술을 받고 출마를 강행했으나 당선 후 암이 재발해 치료를 받고 있던 중 3월 6일 사망 보도가 나왔다. 병마와 세월 앞에서는 절대권력도 대중적 인기도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의 뒤를 이은 마두로는 무능해 보여서 차베스의 후계자로 낙점된 경우다. 통제 가능한 인물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는 차베스와 같은 카리스마가 없었고 정책대안도 없이 관성의 정치를 계속했다. 차베스 흉내 내기 정치를 하면서 선거 결과를 뒤집는 억지를 부리는 데는 능했다. 국민적 영웅이었던 차베스와는 달리 그 후임자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신 그 지지를 노골적으로 조작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민중을 배신한 것이다.


차베스나 마두로나 자신들의 권력 쟁취와 유지를 위해 민중을 동원하지만 집권 후에는 주인으로 모시는 게 아니라 사육의 대상으로 삼은 인상이다. 사육되는 존재는 저항을 못한다. 이런 유(類)의 통치세력은 국민에게 풍요를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적당한 수준으로 빈곤을 관리한다. 잘 살게 되면 기본권 요구가 거세지고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면 등을 돌린다. 정권 측의 통제가 원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의 생계 수준을 허용하지만 그것조차도 역량부족으로 굶주림의 상시화를 떠안긴다.


차베스-마두로는 미국 자본을 몰아내고도 자립할 수 있을 것처럼 큰소리를 쳤지만, 재정 압박이 가중되자 결국 중국에 기댔다. 중국은 500억~600억 달러에 이르는 차관을 석유 상환과 우선구매권으로 묶어 베네수엘라의 중국에 대한 의존을 구조화했다. 이 같은 지정학적 변화가 미국의 묵인 속에 진행될 수 있을 리는 없다.

내정 불간섭은 독재자의 성역인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3일 새벽(현지시간)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로 하여금 마두로 부부를 체포해 압송하도록 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 및 법적 근거로 삼았지만 이 작전이 단순한 형사법 집행일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에너지·전략 자원과 지정학적 영향권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미국이 주권국가와 그 대통령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한 것을 규탄했다. 러시아도 마두로 부부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이란은 국가 주권,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규탄성명을 냈다. 여타 국가들도 대체로 군사작전을 통한 주권국가 대통령의 체포에 대해 충격을 표하며 ‘내정간섭’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우리 정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 중이어서도 그렇겠지만 트럼프의 조치를 환영한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비판하고 나서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하겠다. 다만 국내 좌파 단체들이 다른 어느 나라의 반응 보다 더 더 날선 표현으로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


주권국가의 대통령이 외국 군대에 의해 체포 압송되는 사태가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를 계기로 ‘내정불간섭 원칙’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미국은 나르코-테러와 마약 밀매 혐의로 2020년부터 기소해 둔 사실을 근거로 신병 확보차원에서 체포 압송했다고 밝혔다. 주요혐의는 마약-테러 공모(Narco-terrorism Conspiracy),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 장비 소지 등이다. 즉 마두로는 미국 법무부로부터 국가 권력을 동원해 마약 유통과 테러 조직을 결합한 ‘나르코 국가(narco-state)’의 수괴로 규정되어 이미 기소된 인물로서 그냥 일반 형사범을 넘어선 ‘체제형 범죄’라는 게 미국 정부의 인식이다.


이런 범죄 혐의자라면 국제적 응징이 가해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체제형의 나르코-테러 혐의자가 자국의 권부에 앉아 범죄단을 조직, 지휘하고 있는데도 응징할 수단이 없다면 세상의 정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국제법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방관해야 한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인권 탄압 응징은 국제사회의 의무

주권국가에 대해 무력행사를 하고, 그 통치권자를 체포한다는 것이 내정간섭이고 국제법 위반이라면 범죄적 국가, 범죄적 통치권자를 제재할 수단은 전무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건 세계가 정의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약 790만 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국경을 이탈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20~25%에 해당하는 수치다. UN특사, IMF 등의 보고서는 베네수엘라 인구의 80%이상이 빈곤상황에 있고, 그 중 상당수가 극빈층에 속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마두로 정권의 의도된 정책실패에 기인한다. 이런 상태가 초래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국민을 ‘다스리기 쉬운 수혜자’로 만들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고수해 온 것이라면 그건 의도된 정책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마두로는 또 선거결과를 조작함으로써 국민의 주권을 심대하게 침해했다. 국민의 신임을 얻어 집권기간을 늘려온 것이 아니라 선거결과를 뒤집음으로써 권력을 국민과 경쟁자로부터 탈취했다는 의심을 광범위하게 받고 있다.


국민을 가난 속으로 몰아넣은 것은 인권탄압이다. 선거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헌정파괴로 이는 국민의 정부 선택권 탈취라 할 수 있다. 이런 범죄자가 주권국가의 대통령이라고 해서 국제사회의 간섭이 원천 봉쇄된다면, 국제법이나 세계인권선언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인권은 국경을 넘어서는 인류 보편적 가치다. 그것을 구현하고 지키는 것은 국가 차원을 넘어 인류적 의무다.


차베스-마두로를 거쳐 26년 동안 국가권력에 의해 그 같은 인권 침해가 행해진 증거들이 축적돼 왔다면 적어도 그 진위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져야 하는 것 아닌가? 개별 국가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도 성역으로 인정된다면 개별 인민이 의지할 언덕은 전혀 없다는 뜻이 된다. 학정이나 실정을 저질러 국민을 가난으로 내모는 정권이 오히려 국제법과 국제기구들의 보호 대상이 되고, 국민은 핍박의 고통을 감내하고 굶주릴 권리(?)만 누릴 수 있다면 인류사회의 정의는 어디서 찾고 구해야 할 것인지 누가 대답 좀 해주시라.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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