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D-30 ③] 차기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20.10.04 10:00
수정 2020.10.04 02:04
'재선' 트럼프, 북핵 이슈 무관심 가능성
외교성과 위해 '스몰딜' 나설 수도
바이든 당선시 '오바마 3기' 가능성
트럼프·김정은 간 합의 전면 부정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30일 남은 미 대선이 새 국면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치료에 집중하는 사이, 음성 판정을 받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현장 일정을 소화하며 격차 벌리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현장 유세 중심의 선거운동을 펼치던 트럼프 대통령이 대형 악재를 맞닥뜨린 셈이지만, 빠른 회복을 바탕으로 반전을 노릴 가능성이 있어 대선 결과를 예단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다만 어느 후보가 대통령직을 꿰차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각 후보 성향 및 외교 노선을 감안해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북핵 해결에 적극성 보일까
아예 무관심하거나 '스몰딜' 가능성도
"美만 안전해지고 韓은 위험 지속될 수 있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반도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거나 아예 무관심할 수 있다는 '극단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에 열린 한미관계 관련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경우 "김정은과의 거래는 정치적 메리트가 없다"며 "북핵 문제에 큰 관심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북핵 문제를 재선의 발판으로 이용하려 했다"며 "한국과 한미동맹도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한 거래대상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높은 관심을 내비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동맹의 가치'마저 거래 대상으로 간주하는 그가 치적 세우기에 집중하며 '완전한 북한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업적을 세워 노벨상을 받고 싶어한다"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 '스몰딜'이 성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명예교수는 "스몰딜이 한국의 안보와 이익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핵 문제는 대충 넘어가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만 제거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지지만, 한국과 일본은 핵 위협과 중거리·단거리 미사일 위협에 계속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동맹 강화 나서겠지만
북핵 관련 韓美 입장차 보일 수도
"원칙 내세우며 압박하면 北美관계 악화"
반(反)트럼프 노선을 취하고 있는 바이든 후보는 후보 지명 이후 '동맹 강화'를 거듭 강조해왔다.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동맹의 해묵은 과제들이 일거에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180도 다른 북핵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북핵 문제가 공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상 간 합의, 이른바 '탑 다운(top-down)'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다루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실무진 합의 바탕으로 외교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낮은 수준의 합의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려 최종 합의에 이르는 '바텀 업(bottom-up)' 방식을 대북 정책에 도입할 경우 협상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로 대표되는 '오바마 정부 3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9월 펴낸 보고서에서 "바이든 후보의 실무회담 중심 대북정책은 시일이 오래 걸려, 획기적이고 과감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현하려는 한국의 입장과 배치될 수 있다"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 관련 문제 및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합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자신의 저서 '코로나19×미국 대선, 그 이후의 세계'에서 "바이든 후보가 김정은 위원장과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2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내용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이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북한 문제를 더욱 풀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며 미국이 북한 인권 등 원칙을 내세워 중국·일본·러시아 등 다자 협력체를 통해 대북 압박에 나설 경우 북미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재선·바이든 당선 모두 대비해야"
"새로운 안보환경 적응 방안 마련해야"
한편 전문가들은 차기 미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대선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보단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석 수석연구위원은 "민주당 정부 혹은 공화당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외·대북정책에 대비해서 새로운 정책과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며 "차기 미국 정부의 아젠다 중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 놓이도록 우리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승주 전 장관은 "한국은 어떤 위치와 중요성 차지할 것인지, 우리 이해관계는 무엇이고 우리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새로운 안보환경에 적응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