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원 3일 만에 퇴원?…'코로나 극복기'로 역전승 꾀하나
입력 2020.10.05 14:09
수정 2020.10.05 14:12
트럼프 "코로나에 대해 많이 배웠다…알려 주겠다"
'코로나 극복' 내세우며 선거운동 펼칠 가능성
건재 과시하며 깜짝 차량 유세 나서기도
"무책임함의 극치…경호원 위험 처하게 해"
코로나19에 감염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치료 중인 의료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퇴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4일(현지시각)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의료진 중 한 명인 브라이언 가리발디 박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처럼 상태가 계속 좋다면 이르면 내일 백악관에 돌아가 치료를 받도록 퇴원시키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체온, 맥박 등 바이탈 사인(vital sign)이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새벽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당일 오후 헬기를 타고 워싱턴DC 인근 월터 리드 군 병원으로 이동해 집중 치료를 받아왔다. 의료진 예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할 경우 입원 3일 만에 병실을 벗어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코로나19에 대해 많이 배웠다"며 "이것이 진짜 학교다. '학교에서 책을 읽자'는 수준이 아니다. 이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투병기와 빠른 회복을 선거전에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영상에서 "깜짝 방문을 하겠다"고도 했는데, 영상 업로드 직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차량에 탑승해 병원 밖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집중 치료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 건강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보이지만, 퇴원이 곧 완치 판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령(74세)인 데다 비만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도 높아 급작스레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에게 특히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인 숀 콘리 박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 이후 이틀 동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를 두 번 투약 받고, 산소호흡기 치료를 두 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 투약과 산소 치료가 코로나19 중증 이상 환자들에게 제공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건강 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위중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한다 해도 곧바로 '현장 유세 복귀'를 선언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미 질병관리본부(CDC) 지침상으로도 유증상 확진자는 △최초 증상 발현일로부터 열흘이 지난 시점에 △해열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해열 상태가 최소 24시간 지속되며 △여타 증상이 호전될 경우 다른 이들과 접촉이 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빠른 퇴원을 통해 건재를 과시한 뒤, 당분간 백악관을 일종의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며 온라인 선거운동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열세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이 '나처럼 미국도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선거 화두로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미국 내 의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퇴원'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카를로스 델 리오 에모리 의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의 집(house)이나 우리 집(house)으로 가는 게 아니라 백악관(white house)로 퇴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에 여느 병원 못지않은 의료 시설이 구비돼있다는 점을 꼬집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차량 유세가 방역 지침을 어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지워싱턴대 재난의학과장인 제임스 필립스 교수는 트위터 계정에 남긴 글에서 "대통령 전용 차량은 방탄 기능뿐만 아니라 화학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밀폐돼 있다"며 "(전용 차량 내부에서의) 코로나19 전염 위험은 정상적인 의료 범위를 벗어날 만큼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연극 때문에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병에 걸리고 죽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외신을 통해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 차량 유세 사진을 살펴보면, 비밀경호국 요원 두 명이 운전석과 조수석에 각각 동승했으며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조너선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유세를 "무책임함의 극치"라고평가하며 "병원 밖의 즐거운 드라이브가 경호원들을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