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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죄인입니다.’ 황교안 반성과 보수의 새출발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9.24 07:00 수정 2020.09.23 14:45

“저는 죄인입니다”…야당도 ‘남탓 신드롬’이 만연한 상황에서 신선함 느껴져

판사도 대한민국 국민…여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야당은 힘이 있어야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기소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기소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하지만 안하는 것 보다는 매우 좋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늦은 오후, ‘국민의힘’에 있는 후배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모처럼 정치인다운 모습이네요.” 황교안 전 대표의 법정발언 관련 기사와 함께. 황 전 대표는 ‘불면의 밤과 회한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그의 발언이 절망한 국민과 좌절한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죄인입니다”…야당도 ‘남탓 신드롬’이 만연한 상황에서 신선함 느껴져


첫 대사가 ‘저는 죄인입니다’였다. 맞다. 그는 죄인이다. 그러나 그가 말했듯, 법 앞의 죄인이 아니라 국민과 역사 앞의 죄인이다. 그동안 야당의 총선패배에 대한 수많은 분석과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반성은 없었다. 대부분 평가는 ‘남탓’이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행태였다. 머리만 땅에 밖은 타조 같았다. <국민의힘>에서 발간한 총선백서가 대표적이다. 어리숙한 황 전 대표 탓이었고, 사기 친 문재인 정권 탓이었고, 속은 국민 탓이었다. ‘남탓’은 어느덧 시대정신이 돼버렸다. 여·야는 물론이고, ‘남탓 신드롬’이 온 나라에 역병처럼 번졌다.


힘 있는 여권은 그래도 버틸 수 있다. 힘이 떨어질 때까지는 그렇게 계속 버틸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고목이 쓰러지듯 갑자기 쓰러질 것이다. 그 후가 문제다. 야당이 대안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엔 제대로 된 야당이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잘못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황교안 전 대표가 스스로 죄인이라고 나섰다. 기회를 주셨던 국민께 사죄한다고 했고, 여권의 폭주를 막지 못하고 스스로 추락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요즘은 국민 대부분이 느끼는 ‘맞는 말’을 하는 것이 용기가 됐다.


판사도 대한민국 국민


그는 재판부에도 당부했다. 법치주의와 법치주의의 최종목표인 민주주의 수호가 대한민국 법원이 추구해야 할 일이라고 충고했다. 판사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그것이 재판에서도 주된 판단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판사가 일제시대 판사와 다른 이유라고 했다. 일제 강점기의 판사는 국민이나 민주주의가 아닌, 일본 천왕과 전체주의를 위해 봉사했다. 판사라는 직업은 같고 법도 유사하지만, 정체성과 목표에 따라 전혀 다른 재판을 하게 된다. 일본 법원은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봤고 우리국민은 의사로 본 이유다.


황 전 대표의 후배 검사들은 ‘권력의 폭주와 불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정당방위를 법의 이름으로 재단하고 벌주려 하고 있다. 처지와 입장은 이해한다.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치하에서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추 장관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국회에서마저 저돌적이고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영향력하의 검찰에 대해서 더하는 것은 이상할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의 폭주를 ‘검찰개혁’이라고 추켜세운다. 그는 ‘청년의 날’ 행사에서 청년을 향해 ‘공정은 흔들리지 않는 정부의 목표’라고 강조하면서도 추 장관에 대한 언급은 회피했다. 이어지는 다른 행사에서 ‘공정’을 파괴한 법무부장관은 칭찬하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버텨낼 수 있는 검사는 없다. 정권과 다른 소릴 하면 오지로 전보되고 옷을 벗게 된다. 의기 있는 검사들이 남아나지 않는 이유다.


행정부인 검찰과 사법부인 법원은 전혀 다르다. 법원은 삼권분립의 보루이고 민주주의의 최종 수호자다. 그런 법원이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고 있다. 황 전 대표의 발언은 이를 우려하는 국민의 뜻을 담은 메시지다. 그 말 한마디가 판결을 바꾸진 못할 것이다. 판사가 불쾌해 할 수 있기에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황 전 대표가 이런 말을 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정치적 사건들에서 법원이 일방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판결만을 내린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질 수 없다. 단순히 잘못된 판결이 아닌, 나라는 망치고 다시 일제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야당은 힘이 있어야


국민에 대한 부탁도 있었다. “나는 실패했지만 야당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결국 최종 심판자이자 최종 책임자는 국민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야당을 심판해 괴멸시켰지만, 그 결과로 국민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거창한 이념 이야기가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때만 되면 ‘구도선’으로 강조했던 ‘정의’와 ‘공정’이 삶의 현장에서 무너지고, 잘못된 부동산정책 등으로 국민이 재산을 유지할 수 없으며, 일자리가 증발하고 자영업이 무너져 서민들은 당장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다. 먹고살기 이렇게 힘든데, 문재인 정권은 모든 사안을 정권의 이해관계로 환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언론은 눈치만 보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야당이다.


모든 야당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여당은 제도권의 물리력과 법적인 권력이 있다. 지금은 행정부와 사법부 뿐 아니라 국회권력도 여당이 독식하고 있다. 국회의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차지했다. 야당이 믿을 힘은 국민뿐이다. 야당이 잘못하면 선거 때 심판하면 된다. 그러나 항상 선거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힘 있는 여당의 폭주를 막고 국민을 두려워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은 야당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이제 반성의 첫 단추는 채워졌다. 이제 모든 단추를 채워야 한다. 현직 의원과 당 지도부의 몫이다. 남탓에서 벗어나 진정한 반성을 통해 새 출발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는 미봉(彌縫)에는 한계가 있다. 야당의 생존과 대한민국의 건강한 정치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이 ‘모두 내 탓이요’ 하는 반성이다.


ⓒ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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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성순
  • 반대순
  • 깜부기 2020.09.24  01:15
    Ȳ±³¾È´ëÇ¥´Ô ´Ù½Ã ÀϾÁÖ¼¼¿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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