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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김해영’이 나와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9.22 07:00 수정 2020.09.21 09:19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은 가장 민주적인 정치집단이어야

거개의 국회의원들, 지도부 결정 추종…거수기 노릇이 현실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는 마치 권위주의 시대 군대조직 같아

제2 제3의 ‘김해영’들이 나와야…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듯

김해영 의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해영 의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14일 검찰은 윤미향 민주당 의원을 보조금관리법 위반, 업무상 횡령‧배임 등 8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유죄 여부를 판단하겠지만, 검찰이 현역 국회의원을, 그것도 집권당 소속 의원을, 더구나 개혁의 대상으로 몰려 있는 상황에서 허투루 기소했을 리 없다.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진땀을 흘리며 해명하던 본인도 난감하겠지만, 의원직을 사퇴해야 된다는 여론이 70%에 달하는 데도 윤 의원을 감싸기 바빴던 이해찬 전 대표나 ‘친일‧반인권‧반평화 세력의 공세’라며 적극 옹호하고 나섰던 민주당 의원들, ‘토착왜구’라는 자극적 용어로 공격하던 세력들 모두 난감하기 짝이 없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기억나는 정치인이 있다. 바로 ‘미스터 쓴소리’라 불리던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윤미향 의혹’이 불거졌을 때, 그는 당 대표를 비롯한 주류의 의견과는 달리 당 차원의 신속한 진상조사와 윤 의원의 개인계좌 공개를 촉구했다. 그의 소신 발언은 이 뿐이 아니었다.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이 총력을 다해 ‘조국 사수’에 나선 상황에서도 조 전 장관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고, 금태섭 전 의원 징계, 손혜원 전 의원의 ‘목포 투기의혹’, 위성정당 창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당리당략을 떠나 올곧은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말을 하면 마치 땅벌 떼처럼 달려드는 극성지지자들 때문에 소신을 제대로 밝히기 힘든 분위기에서 그의 사이다 발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가 지난 달 SNS를 통해 최고위원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밝히면서 ‘당의 주류 의견과 다르더라도 소수의견을 과감하게 말하는 것이 당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길이고, 그것이 국민 전체와 당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은 가장 민주적인 정치집단이어야 한다. 국민의 이해와 요구가 다양한 만큼, 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엇갈리는 각각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충분히 개진되고 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이점에선 여야가 다를 바 없지만, 특히 집권당은 그 결정이 대부분 실제 정책으로 반영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민주적’이란 말과 거리가 멀다. ‘헌법기관’‧‘국민의 대표’라는 말이 부끄럽게도, 거개의 국회의원들은 지도부의 결정을 추종하고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이다. 금태섭 전 의원은 공수처 도입 법안 투표 시에 찬성 당론과는 달리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징계까지 받았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일 때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국회의원이 따라야 하는 것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의 양심’이라고 했던 힐책이 겸연쩍게도 말이다.


필자의 오해이기를 바라지만, 언론으로 접한 지난 민주당 지도부는 마치 권위주의 시대의 군대조직 같았다. 거기에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180석이라는 날개까지 달더니 제21대 국회의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하고, 제대로 된 심의도 없이 임대차 3법, 공수처법 등을 사실상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버렸다. 권위주의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일들이 그 지도부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다.


정치 관련법은 차치하고라도 국민생활과 직결된 법까지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개정된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곳곳에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땜질하기 위해 정부는 2차 해설서까지 낸다고 하는데, 정작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워 밀어붙인 민주당은 말이 없다. ‘다수결은 토론과 설득을 전제로 한다’며 강행처리에 우려를 표했던 김 전 최고위원의 고언(苦言)대로 야당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협의했더라면 이런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김 전 최고위원은 지도부에서 물러났지만, 그를 대신할 제2 제3의 ‘김해영’들이 나와야 한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듯이 그들의 쓴소리는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비민주적인 정당 행태와 정치문화를 개혁하는데도 크게 기여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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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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