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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자신감…배터리 분사해 글로벌 1위 굳힌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9.17 14:55 수정 2020.09.17 14:59

전기차 배터리 톱 달성 후 연간 흑자 기대감 '업'

투자 위한 자금 확보 차원...내년 상장 전망도

치열해진 경쟁 속 전문성 향상...소송과는 별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지 25년만에 분사 결정을 내린 것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투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할 정도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지만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 경쟁에서 이러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실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오는 12월 1일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출범하게 되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분사는 회사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중대형 배터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자신감이 붙은 결과물로 해석되고 있다. 선제적인 연구개발(R&D)로 가격·성능·안전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지속 확보해 확실한 글로벌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순수 전기차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미국·중국·유럽 3개 지역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전세계에서 유일한 업체로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25.1%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랫동안 부동의 1위였던 일본 파나소닉을 추월한 데 이어 대규모 내수 물량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도 제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관련 수주잔고는 150조원 수준으로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4각 생산체제의 총 배터리 생산 능력을 100GWh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1회 충전시 380km를 주행할 수 있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165만대나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오는 2023년까지는 200GWh 이상으로 확장할 예정으로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330만대나 생산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LG화학 충북 오창공장 직원들이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LG화학 LG화학 충북 오창공장 직원들이 생산된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LG화학

◆ 고수익 실적 구조 바탕으로 향후 전망 밝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고수익 실적 구조가 자리 매김하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전망이 밝다는 점도 분사 결정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2분기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적자를 시현해 온 배터리 사업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분사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관련 배터리 사업 흑자 폭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했다. 올 하반기 흑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연간 흑자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으로 내년 이후 상황은 더욱 좋을 수 밖에 없다.


LG화학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배터리 사업에서만 약 13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전망으로 오는 2024년에는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실적이 급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LG화학은 지난 1995년부터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이래 순수 R&D에만 수조 원을 투자했고 이를 통해 2만2000건이 넘는 특허 건수를 확보했다.


이러한 기술 경쟁력은 3세대 전기차(500km 이상)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확실한 1위를 수성해 나가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기술 경쟁력은 다양한 자동차업체와의 협력 관계 수립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GM과는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고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포드(미국)·폭스바겐(독일)·르노(프랑스) 등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 경쟁력 향상과 고객 확보를 통한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 투자자금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번 분사 결정으로 배터리 사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게 되면 좀 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게 회사의 판단이다.


회사측은 "전 세계적으로 배기가스 배출 및 연비 규제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모델 출시 시기를 앞당기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세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주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이와 함께 미래시장 선도를 위해 생산·품질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혁신전지 R&D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테슬라스토어에 테슬라가 판매하는 차량이 전시되어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테슬라스토어에 테슬라가 판매하는 차량이 전시되어 있다.ⓒ연합뉴스

◆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 속 우위 확보 절실...내년 상장 이뤄지나


전기차 배터리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 상황도 분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파나소닉(일본)과 CATL(중국)은 물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과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신성장 시장에서 경쟁이 한층 심화되면서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투자가 승부를 가를 열쇠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는 매우 중효해진 상황이다.


파나소닉은 오랜 기간 부동의 1위였다가 LG화학에 1위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축적된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통의 강호다. 테슬라와의 관계가 견고해 북미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여전히 무시못할 존재감을 갖고 있는 업체다.


CATL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러한 대규모 내수 시장은 CATL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회사는 기술력 향상과 함께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향후 LG화학과의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LG화학의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도 10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으로 미국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도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업체들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양사는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각각 4위(6.4%)와 6위(4.1%)를 기록하며 점유율과 순위를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LG화학도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데 기술 경쟁력 향상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향후 투자 자금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분사를 통해 배터리 사업의 재평가를 통해 신규 투자 자금을 유치하게 되면 재무적 부담을 한층 덜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회사측의 판단이다.


회사측은 “절대 우위의 R&D을 바탕으로, 신규 수주 확대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투자 자금 유치라는 측면에서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의 기업공개(IPO) 시점도 주목되고 있다. 분사 이후 당장은 어렵겠지만 향후 상장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회사측은 상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내년 하반기쯤에는 IPO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분사 결정은 현재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과는 별개라는 것이 회사측의 입장이다. 다만 업계는 분사와 상장 등 배터리 사업의 구조적 변화가 양사간 베터리 소송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LG화학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4각 생산체제 및 합작법인 현황.ⓒLG화학 LG화학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4각 생산체제 및 합작법인 현황.ⓒLG화학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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