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에 정제마진 악화까지…정유株 탈출구 가물가물
입력 2020.09.16 05:00
수정 2020.09.15 16:45
에쓰오일, GS 올해 40%, 33% 감소…SK이노 주가는 한 달 새 17%↓
WTI 13일 새 15%↓, 정제마진 2주 연속 마이너스…"추가 약세 불가피"
정유기업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속된 국제유가 하락세에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정유기업의 3분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든 부분 역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증권가는 정유기업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하며 연내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에쓰오일(S-Oil)은 전 거래일 대비 500원(-0.89%) 하락한 5만54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GS칼텍스를 계열사로 둔 GS도 전장보다 550원(1.63%) 내린 3만3100원에 장을 마쳤다. SK이노베이션(1.59%)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소폭 상승 마감했다.
정유주는 올해 지속해서 약세를 나타냈다. 올해 1월 3일 9만3500원이던 에쓰오일 주가는 이번 달 14일 5만5900원으로 40.2% 줄었다. 특히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2.1% 감소하면서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GS주가 역시 같은 기간 5만300원에서 3만3650원으로 33.1% 고꾸라졌다. 최근 한 달 낙폭은 6.3%였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라는 신사업의 영향으로 14만9500원(1월 3일)에서 15만7000원(9월 14일)으로 5.0% 반등에 성공했지만,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17.6%나 떨어지면서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정유주가 최근 한 달간 악화된 흐름을 나타낸 이유는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 역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유가 하락으로 보유한 원유의 평가이익이 줄어들고, 석유를 정제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달 26일 배럴 당 43.39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 이번 달 8일 36.76달러까지 15.2%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이번 달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0.1달러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주 배럴당 -0.8달러를 기록한 이래 2주 연속 마이너스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부터 다시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재고가 증가하면서 정제마진이 적자로 전환해 정유사업이 악화되고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정유기업의 재고평가손익 변동성이 악화되는 부분도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이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도 정유기업에게는 악재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항공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5% 감소한 1159만8000배럴에 그쳤다. 같은 기간 휘발유 소비량도 4.4% 감소한 3883만6000배럴을 기록했다. 올해 7월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도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한 7310만1000배럴로 집계됐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정유기업 실적 악화가 곧 가시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에쓰오일이 올해 3분기 20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이 올 3분기에 정유부문 실적 악화로 기존 전망치인 1190억원을 크게 하회한 68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3분기에 4000억원의 원유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정유업황 부진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로 사업 실적 개선이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기업에 대한 목표주가도 줄줄이 하향됐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에쓰오일에 대한 평균 목표주가는 지난해 9월 16일 11만9571원에서 이번 달 14일 8만원으로 1년 새 33.0%(3만9571원) 감소했다. GS 평균 목표주가 역시 같은 기간 6만8000원에서 4만7167원으로 21.3%(1만2833원) 줄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 8월 유가상승으로 인해 정유업황이 약간 개선되는 듯 했지만 9월부터 정제제품 수급이 더뎌지면서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며 "지속된 수요 부진과 높아진 재고부담으로 역사적 저점에 머물러 있는 정제마진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