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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일반국민 '실명 적폐몰이'…'추미애 사태' 대응, 이성 잃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09.13 08:00 수정 2020.09.13 05:09

민주당 황희, 공익제보 일반국민 '범죄자' 매도

"철저히 수사해서 공범 세력 뿌리 뽑아야" 극언

권력이 설계한 '공안정국' 신호탄이란 분석도

靑 "국난극복 배치되는 무책임 언동 엄정조치"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집권여당 의원이 평범한 예비역 병장이자 20대 청년인 일반 국민의 실명을 거론하며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무런 근거 없이 국가분열을 운운하며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추미애 사태'에 대한 집권여당의 대응이 이성적 태도를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최초 공익제보자인 현모 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보인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현○○의 언행을 보면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할 것"이라며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국정농간세력'은 반드시 밝혀내고 뿌리뽑아야 한다"라고 강변했다.


이 과정에서 황 의원은 '단독범'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공익제보자인 현 씨가 마치 무슨 범죄 혐의가 있는 것처럼 매도했다. 그도 모자라 '공범 세력' '국정 농간' 등의 엄청난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딱히 그렇게 상상하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황희 의원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서울 양천갑의 민주당 재선 의원이며, 독자(獨子)인 관계로 1988년 4월 18일 소집돼 같은해 10월 17일 6개월 단기복무를 마치고 일병 소집해제됐다.


반면 현 씨는 추미애 장관의 아들과 카투사에서 우연히 군복무를 함께 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평범한 일반 국민이자 대한민국의 20대 청년이다.


신재민 전 사무관,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 등 그간의 공익제보자들은 그나마 공직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도 결이 다르다. 집권여당 의원이 마침내 평범한 일반 국민을 상대로까지 '적폐몰이'에 나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은 물론 민주당 전직 의원과 진보적 지식인마저 경악에 찬 반응을 보인 것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일종 "병역의무 성실히 수행한 청년 짓밟아"
김은혜 "자신들 편 아니라고 범죄자 낙인 찍어"
금태섭 "불리한 주장한다고 범죄라니 제정신?"
진중권 "음모론·허위사실로 선동…실성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 아들 '황제탈영'을 용기 있게 증언한 20대 청년에게 여당 국회의원이 나서서 범죄자인양 공격하고 있다"라며 "전과 7범 김대업을 의인이라고 치켜세웠던 민주당이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군의 기강을 수호하려는 한 청년의 소박한 소망마저 짓밟으려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희대의 사기꾼 김대업은 의인이고 당직사병은 죄인이냐"라며 "병역 의무를 이행한 모든 분들과, 아들을 군에 보낸 모든 어머니들을 모욕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긴급 논평에서 "자신들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27살 청년의 이름을 범죄자로 낙인 찍어 공개하는 무도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라며 "추미애 장관 아들 한 명 살리기 위해 국민을 공범으로 모는 무도한 민주당은 추 장관을 얻고 국민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태섭 민주당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해서 국민의 한 사람인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정신인가"라며 "국민이 범죄자라는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황희 의원이 '범죄자 프레임'을 만들어 한바탕 여론조작 캠페인을 할 모양"이라며 "우리 사회는 고발당한 추미애 장관 아들의 이름도 감춰줬는데, 국회의원이 피의자도 아닌 개인의 실명을 적시하며 음모론에 가까운 허위사실로 선동을 했다. 이분들, 완전히 실성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황희 의원의 이날 실명 공개와 '적폐몰이'가 황 의원 개인의 돌발적인 일탈행위가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정교하게 설계된 '공안정국' 조성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가 이른바 '공직자의 무책임한 언동'이라 칭한 발언들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공직사회 특별감찰에 들어간 것과 때를 같이 해, 집권여당 국회의원이 평범한 일개인을 상대로 '철저한 수사와 배후 세력 발본색원'이라는 엄포를 놓은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맥락이다.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은 전날 국무총리실·감사원과 함께 공직사회 특별감찰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국난 극복 기조에 배치되는 무책임한 언동 등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황희 의원이 평범한 일반 국민을 겨냥해 "코로나와 경제위기라는 엄중한 시기에 국민을 분열하고, 국력을 낭비하며,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국정농간세력'"이라고 딱지를 붙여 "뿌리뽑아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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