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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트로트 신인 발굴②] “스타성에만 기댄 방송, 부당 경쟁 부추기기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9.09 01:00
수정 2020.09.09 21:54

트롯맨들 '돈벌이'로 전락시킨 방송가

독창성 있는 트로트의 변주 고민해야

ⓒJTBC, TV조선

현재 트로트 신인 발굴의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방송가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어느 한 장르에 실력 있는 신예를 찾아내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신인들을 발굴한 방송사가 그들의 인기를 소비하는 방식을 지적한다.


방송에서 화제가 된 출연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생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기회조차 주지 않고, 소위 방송 ‘뺑뺑이’를 돌리면서 그들이 가진 이미지를 빠른 시간에 소비시키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들이 가진 이미지 중에서도 본질이 되는 음악 보다는 예능적인 이미지를 활용하기에 급급하다. 심지어 ‘가수’ 보단 ‘스타’의 탄생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한 트로트 업계 관계자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음반을 만들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홍보를 하는 트로트 가수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 방송가에서 불고 있는 트로트 열풍의 내면을 살펴보면 가수의 ‘스타성’에만 기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창력을 바탕으로 스타성까지 겸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사실상 그런 건 몇몇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방송사의 입장에서야 스타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트로트 신인 발굴 이전에, 방송사에 이득이 되는 가수를 발굴하는 게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고 그에 따른 부가 수익을 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트로트와 전혀 연관성이 없거나 어울리지 않는 포맷에도 ‘돈’이 된다는 이유로 이들을 욱여넣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 타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프로그램을 기획·제작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실제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성공 이후 다른 방송사에서도 다수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론칭됐다. 인적 소비 방식의 문제점은 자연스럽게 방송사의 고질병과도 같은 ‘인기 콘텐츠 우려먹기’로 이어진다.


ⓒMBC, MBN

이전부터 방송가에서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그 열기에 휩쓸려 고민 없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찍어내는 현상이 나타났다. 제작자들 역시 이런 행태가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트로트라는 장르에도 악영향을 미칠 걸 알면서도 시청률을 위해 당장의 인기에만 편승하려는 꼼수다.


한 트로트 기획사 대표는 “그동안 트로트를 등한시 했던 방송사들이 갑자기 트로트를 내세운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기획력은 없는데 시청률은 내야 하니 방송사에서 잘 되는 걸 그대로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현재 방송되는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채널과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다를 게 없다. 돈은 벌고 싶고, 위험 부담은 안고 싶지 않은 안일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에 이미 활발하게 활동했던 이들과 전혀 활동 경력이 없는 일반인 등 기준 없이 한 자리에 모아놓고 경연을 벌인다”면서 “진짜 신인 발굴을 목표로 하려면 정당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부당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게 방송이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이미 인지도가 있는 가수들까지 동원해 불합리한 경쟁도 불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시도 없이 인기 프로그램과 비슷한 콘텐츠를 연달아 선보인다면 소비자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지금의 열기가 오래 지속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각 프로그램이 가지는 독창성을 바탕으로 ‘트로트’를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국 제작진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자신들만의 기획과 연출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짜깁기 수준이 머무는 지금의 방송들은 이전부터 꾸준한 문제로 지적됐지만,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트로트 가수들도 섭외가 오는 족족 출연을 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보이면 잊힌다, 버림받는다’는 초조함에 그럴 수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이성적으로 맺고 끊음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실제로 보여줄 것이 없는데도 무조건 섭외에 응하고, 자신의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이미지를 소비한다면 장기적으로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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