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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오미의 여의도잼] 정치인 아내는 '극한직업'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0.08.07 07:00
수정 2020.08.07 09:51

정치인 아내는 남편의 정치적 동지이자 핵심 참모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 수준 내조'가 관건

지난 1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대의원회 및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 시작 전 김경수 경남지사의 부인 김정순 씨가 김 지사와 그의 지지자를 위해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데일리안 송오미 기자

"휴대폰 이리 주세요. 제가 (사진) 찍어드릴게요."


지난 1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대의원대회 및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 시작 전 김경수 경남지사의 부인 김정순 씨가 김 지사의 전속 사진사로 나섰다.


행사장 입구에서 김 지사의 지지자들이 김 지사에게 함께 사진 찍을 것을 요청하자 김 씨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웃는 얼굴로 휴대폰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남편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한 지지자를 못 보고 지나치자, 김 씨는 남편을 불러 세워 지지자와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김 씨는 행사장 안에선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인사하느라 김 지사 못지않게 바빴다. 김 씨는 김 지사가 일정상의 이유로 지역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땐 대신 가서 지역민들을 만나 건의사항을 듣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대선 당시 '호남 특보'로 불렸다. 2017년 5·9 대선을 앞두고 2016년 추석 때부터 대선 직전까지 매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방문해 남편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주로 경로당과 복지 시설 등에서 배식봉사를 하고, 종교인과 시민사회 활동가 등 각계각층 시민들을 만나 민심을 파악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목욕탕부터 시장까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호남의 바닥 민심을 얻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 같은 김 여사의 '호남 발품'은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불식시키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선 비켜서 있었지만 '그림자 내조'로 유명했다. 손 여사는 내조법 3가지로 가난을 참는 것, 남편에게 용기를 주는 것, 집에 온 사람에게 기꺼이 밥 한 그릇 내오는 일을 꼽았다. 그래서 상도동 집을 찾아가는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이나 기자들은 언제든 거제산 멸치에 된장을 푼 시래기국과 갈치 한 토막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헌신적으로 조용한 내조를 펼치던 손 여사는 남편의 정치 역정에 고비가 왔을 땐 확실하게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1983년 남편이 전두환 정권의 야당 인사 탄압에 저항해 23일간 단식 투쟁을 벌일 때 손 여사는 일일이 외신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YS의 단식투쟁 소식이 세계 곳곳에 알려지게 했다. YS는 결혼 60주년 행사에서 "내 인생에서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민주화를 이뤄낸 일이고, 다른 하나는 60년 전 손명순 여사를 아내로 맞이한 일"이라며 손 여사의 내조에 고마움을 표했다.


한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이인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부인 김은숙 씨는 김 전 의원이 경기지사를 하던 시절 '경기도 힐러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화려한 패션 스타일과 남편 못지않게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한 덕분이다. 김 씨는 지역의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2007년 대선 경선 때는 선거전략회의에 참석해 참모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너무 적극적이었던 탓일까. 한때 김 씨에겐 "너무 설친다"는 비판이 잇따르기도 했다.


고(故) 이기택 전 민주당 대표 부인 이경의 씨는 1994년 40대 만성신부전증 여성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이 씨는 1992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장기를 기증하기로 서약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신장 기증 수술 전 남편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인의 부인은 한 남자의 아내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준정치인(準政治人)'이다. 남편이 가진 권력 크기에 비례해 자연스럽게 아내에게도 그 권력이 붙는다. 동시에 정치인 아내의 이미지는 남편의 정치적 이미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너무 지나치지도 않고 너무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한 수준의 내조'가 관건이다.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항상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 가끔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남편의 정치적 동지이자 핵심 참모인 정치인의 아내는 '극한직업'임이 틀림없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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