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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국회①] 통법부 전락한 국회…임대차 2법, 사흘만에 '땅땅땅'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입력 2020.07.31 04:00 수정 2020.07.31 05:09

전월세시장 근간 흔드는 법인데...

27일 법사위 상정 후 사흘만에 '졸속' 처리

임대료 폭등·위헌소지 지적에도 '오로지 직진'

野 "한국경제 역사에 죄인으로 남을 것"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남의 인생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에 대해 법을 만들 때는 최선을 다해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라고 있는 것이 상임위 소위의 축조심의입니다.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노력도 없이 천만 전세인구의 인생을 고통스럽게 합니까. 이법을 대표발의한 의원들, 소위 축조심의없이 입법과정을 졸속으로 만들어버린 민주당, 모두! 우리나라 부동산정책의 역사에서, 민생정책과 한국경제 역사에서 죄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차분하게 발언을 시작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한 30일 본회의에서, 5분 발언에 나선 윤 의원은 이 법들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조목조목 설명한 뒤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결국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은 '임대차법'은 지난 27일 소관 상임위윈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뒤 불과 사흘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손까지 부들부들 떨며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는 윤 의원의 발언은 전월세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이 전광석화로 통과된 데 대한 우려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처리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전세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 폭은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통' 윤희숙 의원은 이 법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전세 시장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저는 임차인이다.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며 4년 후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겠구나 생각됐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이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지적이 쏟아졌지만, 민주당은 바로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법안들을 의결한데 이어 단 하루만에 본회의 의결까지 마쳤다.


통합당은 전날에도 법안심사소위를 구성해 법안을 자세히 뜯어보자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안소위 내 안건처리는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소위 단계 자체를 생략해버리는 방식으로 법안을 단독 처리한 것이다.


조수진 통합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이같은 일방 독주에 대해 비판했다. 조 의원은 "통합당 의원들은 전혀 보지도 못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대안을 표결 직전에야 배포했다. 마치 과거 독재시대 군사 작전하듯 법안을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원도 모르는 법안이 통과되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의회 민주주의가 정착한 국가에서 가능하다는 말인가"라며 "대통령이 주문한 입법 속도전을 군사 작전하듯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여당 스스로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를 통법부(通法府)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통합당은 이 법안이 전셋값 폭등을 부르고, 기존 계약에까지 소급 적용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거대 여당의 법안 처리를 막지는 못했다. 임대차보호법은 이날 재석 187인 중 찬성 186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됐다.


21대 국회 들어 헌정 사상 유례없는 국회 단독 개원, 18개 상임위원장 자리 독식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민주당은 21대 국회의 첫 본회의 통과 법안 역시 단독으로 처리하는 기록을 남겼다.


민주당이 힘으로 처리한 임대차보호법은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바로 시행된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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