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켕기는 브레그먼, 켈리 위협구 질문에 “져서 분하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07.30 00:01 수정 2020.07.30 00:05

켈리의 고의성 짙은 위협구에도 시원하게 못 따져

'사인 훔치기' 논란 재점화 의식해 위협구에도 억눌러

다저스 투수 조 켈리. ⓒ 뉴시스 다저스 투수 조 켈리. ⓒ 뉴시스

부글부글 끓지만 애써 태연할 수밖에 없었다.


LA 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29일(한국시각) 미국 미닛메이드파크서 펼쳐진 ‘2020 메이저리그(MLB)' 시즌 2차전에서 격돌했다. 0-2 끌려가던 다저스는 5회 대거 5점을 뽑고 흐름을 가져온 뒤 원정에서 승리를 따냈다.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뒤 첫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날 경기에서는 결국 일이 터졌다. 당시 휴스턴이 7차전 접전 끝에 다저스를 꺾고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후 전자장비를 이용한 ‘사인 훔치기’가 발각돼 큰 충격을 안겼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다저스 선수들은 오프시즌 내내 “휴스턴에 우승을 빼앗겼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일부 선수들은 빈볼을 예고한 바 있다.


다저스 투수 조 켈리의 의미심장한 돌출행동은 벤치 클리어링을 불러왔다.


6회말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알렉스 브레그먼은 볼카운트 3B 상황에서 등 뒤로 날아든 켈리의 96마일짜리 위협구에 화들짝 놀라 주저앉았다. 묘한 기운 속에 볼넷으로 1루에 출루한 브레그먼에게 켈리는 세 차례 연속 견제구를 던지며 브레그먼을 자극했다.


알렉스 브레그먼 ⓒ 뉴시스 알렉스 브레그먼 ⓒ 뉴시스

2사 1,2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카를로스 코레아를 향한 위협도 계속됐다. 코레아는 지나친 몸쪽 승부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다시 한 번 머리 쪽으로 날아든 공은 폭투가 되면서 휴스턴은 2,3루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코레아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1루 베이스 터치 상황에서 휴스턴 벤치와 불편한 상황에 잠시 놓였던 켈리는 마운드를 내려가며 코레아를 향해 비아냥거리는 말과 ‘메롱’을 연상하게 하는 입술 동작으로 코레아를 자극했다. 양 팀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몰려나왔고, 벤치 클리어링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됐다.


큰 충돌은 없었지만 경기 후 빈볼 논란은 계속됐다.


MLB.com에 따르면, 휴스턴 베이커 감독은 “켈리가 코레아를 삼진으로 잡고 ‘나이스 스윙!’이라고 했다. 더러운 야구다. 브레그먼의 선수 생명을 끝낼 수도 있는 공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켈리는 “내 최고의 공이 아니었다. 내 공을 던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고 발뺌했다.


휴스턴 선수들은 당하고도 일단 침묵했다. 위협을 느꼈을 타자가 공세를 퍼부을 수 있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브레그먼은 당시 상황에 화가 났냐는 질문에 “팀이 패해서 화가 난다. 우리는 더 좋은 경기를 해야한다”는 답만 내놓았다.


브레그먼은 휴스턴 우승의 핵심 전력으로 지난 2월 알투베-스프링어와 함께 ‘사인 훔치기’ 사과 기자회견 후 가장 많은 질타를 받았던 선수다. 한마디로 켕기는 것이 있는 타자였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휴스턴을 향한 ‘보복 사구’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 바 있다. 켈리의 위협구는 결코 용인될 수 없지만 켈리의 조롱 장면을 붙인 기념 티셔츠가 순식간에 제작돼 팬들에게 판매되고 있다는 점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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