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日수출규제 1년-하] 닛산 철수하고 토요타·혼다 울상…韓시장서 고전하는 일본차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07.23 07:00 수정 2020.07.22 21:28

일본의 수출 규제 '불매 운동' 역풍…결국 닛산·인피니티 12월 철수 수순

렉서스·토요타도 상승세 꺾여 고전…반일 정서 장기화되며 매출 타격 불가피

인천 구월문화로상인회 회원들이 2019년 7월 2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상가 밀집 지역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행사'에서 일본산 차량인 렉서스 승용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구월문화로상인회 회원들이 2019년 7월 2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상가 밀집 지역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행사'에서 일본산 차량인 렉서스 승용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징용 배상 판결로 불만을 품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명분은 '안보상 우려'였지만 정치적 위기에 몰린 아베 정권이 자국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꼼수'에 더 가까웠다.


한국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를 볼모로 아베 정권의 입지를 과시하려는 게 목적이었지만, 결과는 한국의 강력한 '불매 운동'과 그로 인한 일본차 브랜드의 국내 시장 철수였다.


실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닛산-인피니티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량은 가파르게 감소했다.


렉서스·토요타 코리아, 닛산·인피니티 코리아, 혼다 코리아 등 일본차 브랜드 5곳의 지난달 점유율은 14.1%로 불매운동 직전인 작년 6월 20.4%과 비교해 6.3%p나 하락했다.


올해 1~6월 누계 점유율 역시 작년 21.5%에서 올해 8.3%로 크게 추락했다. 10대 중 2대가 일본차였다면 이제는 1대 미만으로 떨어진 셈이다.


심각한 부진에 닛산-인피니티는 올해 12월 말부로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를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닛산은 그간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했으나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부득이하게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는 장기간 이어진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을 의미한다. 자동차는 해당 브랜드가 외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만큼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철수를 앞둔 닛산 코리아가 재고 처분을 위해 대대적인 파격 할인을 벌였지만,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보다 5.2% 줄어든 1865대에 그쳤다.


럭셔리·고성능 브랜드인 인피니티 코리아의 성적은 더 초라하다.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324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71.6% 급감했다. 한 달 평균 판매량은 54대 수준이다.


닛산코리아ⓒ데일리안 닛산코리아ⓒ데일리안

닛산-인피니티의 철수로 다른 일본차 브랜드인 렉서스·토요타 코리아와 혼다 코리아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ES300h 등 볼륨차종으로 승승장구하던 렉서스 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3597대 판매에 그쳤다. 전년 보다 57.0% 미끄러진 성적이다. 캠리로 잘 알려진 토요타 코리아 역시 상반기 판매가 지난해 보다 55.6% 줄어든 2804대에 머물렀다.


한때 벤츠와 BMW에 이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토요타와 렉서스는 현재 아우디, 지프, 폭스바겐, 볼보 등에 밀려 10위권으로 밀려났다.


하이브리드 차량인 어코드 흥행으로 잘 나가던 혼다 코리아 역시 작년 상반기 5684대에서 올해에는 1453대로 급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 시장 부진에도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정책에 힘입어 국내 시장이 오히려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차 브랜드의 부진은 지속적인 '불매 운동' 효과로 해석된다.


실제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차 브랜드 4개사는 모두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는 데 성공하며 빠르게 장악력을 넓히고 있다.


엇갈린 희비 속에서 일본차 브랜드는 요란하지 않은 '소극적인' 마케팅으로 판매 제고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일간 정치적 갈등으로 불똥이 튀었지만 분위기가 호전되면 반등 여력이 충분한 만큼 최대한 버텨보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렉서스의 경우 한 때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국내 소비자들의 각별한 지지를 얻은 바 있다. 토요타 역시 브랜드 파워와 탄탄한 제품 라인업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혼다 코리아는 자동차 대신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모터사이클 부문에 의지해 험난한 '보릿고개'를 버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고된 일본차를 중심으로 교통법규 위반 사례 인증글이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등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일본차 브랜드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당분간 소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