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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라진 혼성그룹, ‘놀면뭐하니’ 인기에 올라탈 수 있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6.06 15:29 수정 2020.06.08 09:27

유재석-이효리-비, 혼성그룹 '싹쓰리' 결성...7월 데뷔

팬덤 중심의 가요시장, 혼성그룹 살아남기 힘든 구조

ⓒMBC ⓒMBC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음지에 있던 트로트를 양지로 끌어올렸다. 이번에는 한때 한국 가요계를 이끄는 한 축이기도 했던 ‘혼성그룹’에 도전하면서 또 한 번 가요계에 이변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유재석을 필두로 이효리, 비(정지훈)를 섭외하면서 벌써부터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트로트와 달리 혼성그룹 ‘붐’에는 회의적이다. 현재 가요계에는 혼성그룹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포맷이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룰라, 투투, 영턱스클럽, 샵, 코요테, 쿨, 자자, 스페이스A, 거북이 등 혼성그룹들이 히트곡을 내놓으며 트렌드를 이끌었지만, 이후 눈에 띄는 혼성 그룹은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에서 남녀공학, 써니힐 등 혼성그룹이 나왔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가요계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심지어 2007년 데뷔했던 5인조 혼성그룹 써니힐은 2014년 4인조 걸그룹으로 재편하기도 했다.


현재 혼성그룹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팬덤보다 '음악'에 초점을 맞춘 보컬그룹 어반자카파, 그리고 인디신에서는 여전히 여성과 남성이 함께 하는 밴드(그룹)가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메이저 시장에서는 DSP미디어 소속 그룹 카드(KARD)가 유일하다. 카드는 해외 음악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혼성그룹 룰라의 멤버이자, 제작자로 변신한 이후 혼성그룹 샵을 탄생시키기도 한 이상민은 지금의 ‘혼성그룹 기근’의 이유로 팬덤문화를 언급했다. 그는 “(현 가요시장이)팬덤 중심 문화로 바뀌면서 달라졌다. 무대 위 오빠가 다른 이성들과 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라며 “지금은 혼성그룹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 대체된 것이 컬래버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분석이다. 지금 가요시장은 강력한 팬덤을 가진 아이돌 스타들이 주름잡고 있다. 충성도 높은 팬덤이 없는 가수가 높은 인기를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혹여 ‘국민가요’ 수준의 엄청난 곡이 나온다고 해도 팬덤이 유지되지 않는 이상, 그 인기가 오래가는 건 매우 힘들다.


혼성그룹은 팬덤보다 불특정 다수를 공략해야 하는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멤버에 남녀가 섞여있다 보니 팬들의 결집력과 폭발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흔히 ‘아이돌 시장’이라 불리는 현 가요계에 팬덤 확충이 쉽지 않은 혼성그룹의 성공모델이 없다 보니, 제작자들도 도전을 꺼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다루는 음악도 달라졌다. 댄스음악의 중흥기에는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흥겨운 댄스곡이 많았지만 현재 가요 시장을 보면 일렉트로니카, 신스팝, 힙합 등으로 음악취향이 세분화됐다. 그 안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그룹별로 그들의 독창적인 색깔을 만들기 위해 음악의 스타일도 결정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누구나’ 좋아하는 곡을 만들어내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놀면 뭐하니?’의 혼성그룹 싹쓰리(유재석, 이효리, 비)는 물론 JTBC ‘슈가맨3’를 통해 컴백하게 된 혼성그룹 자자가 가요계를 떠들썩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파급력이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이 열기가 식기 전 프로젝트성 그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혼성그룹이라는 포맷이 90년대 당시처럼 자리 잡는 건 현 가요 시장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꾸준히 유지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전망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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