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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 임단협 앞두고 '전운'…금속노조 3사 공동대응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6.07 06:00 수정 2020.06.07 06:08

금속노조 현대차·기아차·한국GM 지부 '정책 기획단 회의' 정례화

르노삼성 노조 "기본급 4.69% 인상, 일시금 700만원 지급" 요구

코로나19로 실적악화 불가피…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져

현대자동차 노사가 2019년 8월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자동차 노사가 2019년 8월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완성차 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개시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영위기에 몰린 쌍용자동차는 이미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지난 4월 일찌감치 임금 동결로 임단협을 타결했지만 나머지 4사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진통이 예상된다.


통상 임단협 교섭은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화되는 게 관례였으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쌍용차를 제외한 4사는 다소 늦어진 상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와 기아자동차지부, 한국GM지부(이하 현대차 노조, 기아차 노조,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27일과 이달 3일 잇달아 ‘완성차 3사 정책기획단 회의’를 갖고 2020년 임단협 성공을 위한 공동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속한 완성차 3사 노조가 사측와의 임단협에 보조를 맞추기로 한 것이다.


금속노조는 그동안 자동차 업종 기업들의 산별 교섭을 요구해 왔으며, 이번 움직임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총 고용보장 ▲정년 연장 법제화 ▲고용안정 기금 출연 ▲하도급 단가 물가인상율 반영 인상 법제화 ▲업종 산별교섭 등을 공동 의제로 도출했다. 현대차가 2대주주로 참여한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서도 공동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임금인상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으나 금속노조의 올해 임금인상 통일 요구안인 12만304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3사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 사태로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임금인상과 복리후생 확대 등을 요구할 명분이 약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내부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장기 불황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으며 노동자들에 대한 고통분담 요구가 거센 상황”이라며 “회사의 이익이 창출되지 않은 구조에서 교섭에 들어간다면 결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국민들로부터 또 다시 우리들만의 투쟁으로 매도당할 것이 뻔하다”고 교섭 개시가 지연되는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다들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고연봉에 고용도 안정적인 완성차 업체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임을 노조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현 정세를 예의주시하면서 단체교섭을 진행시켜 나갈 것”이라며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시간 끌기 식의 소모전 보다는 임팩트 있게 교섭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고, 현재로서는 조합원의 생명과 고용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별 노조인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이미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에 일시금 700만원(XM3 성공 런칭 격려금 500만원+타결 격려금 200만원) 등을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요구안에는 노조 발전기금 12억원 제공과 통근버스 미운영 사업장 유류비 지원, 노동강도 완화, 임금 피크제 폐지, 고과제도 폐지, 휴가비 인상 등 각종 복리후생 확대도 포함돼 있다.


노조는 오는 15일 임단협 킥오프 미팅(노사 상견례)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아직 일정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지난 2년간 기본급을 동결해 왔던 만큼 올해는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로 교섭에 임하겠다는 기세라 사측은 난감한 모습이다.


완성차 업계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완성차 기업들에게 또 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


실적 악화로 고용 유지도 힘겨운 처지에 막대한 고정비 증가로 이어지는 임금과 복리후생 확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고정비 절감을 위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지난 4월부터 임원 전원이 급여 20%를 반납하고 있고,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부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금속노조 산하 3사 노조의 임단협 공동노선 구축은 사측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교섭 과정에서 공동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할 경우 수출 부진 속에서도 그나마 버텨주던 내수 판매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파업으로 가동을 멈추면 가뜩이나 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부품 협력사들은 고사 상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위기에 내몰린 쌍용차의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면서 “지금은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게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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