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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 '대북전단 금지법', 어떤 내용 담길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0.06.05 03:00 수정 2020.06.05 13:51

"접경지역 평화적 이용·발전 위한 '종합적 법률' 구상"

세부 지침으로 대북전단 규제방안 담길 듯

규제 방식이나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 예상돼

대북전단이 흩뿌려져 있는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 거리를 강아지들이 지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북전단이 흩뿌려져 있는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 거리를 강아지들이 지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부가 접경지역 주민 안전이 우려된다며 대북전단 살포 규제법안 추진을 공식화했다.


공공 안전을 위해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법률로 제한하려 드는 것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평가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의 문제이고 지켜지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표현의 자유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환경 여건 등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당국자는 현시점에 "전단 살포 문제를 마땅히 조율할 법률이 없다"며 "표현의 자유와 다른 법률이 조화를 이루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이 표현의 자유를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대북 전단 규제와 관련한 법률이 "전단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접경지역의 포괄적 이용을 위한 종합적 법률을 검토하는 과정에 전단 문제도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당국자는 대북 전단 및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가 다른 권익과 조화를 이루며 행사되려면 일정한 법률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 판결 취지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가 언급한 판례는 탈북자 출신 이민복 (당시) 대북풍선단장이 제기한 위자료 청구소송으로, 당시 이 단장은 군과 경찰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1심 법원은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북한군이 날아오는 대북전단을 겨냥해 발사한 고사포 포탄이 민통선에 떨어진 전례 등을 감안하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표현의 자유 제지는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이 단장은 하급심 판단에 불복하고 항소·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법률 제정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판례상
대북전단, 표현의 자유로 인정돼
살포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듯


현재까지의 정부 반응을 종합하면 관련 법안은 접경 지역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고, 세부 지침 성격으로 대북전단 규제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법이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정해져있지 않다"면서도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화 해나간다는 (판문점 선언의) 합의 취지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접경지역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필요한 여러 조치들을 법률로 규정하면서 그 중 하나로 전단문제에 대한 적절한 입법적 조치도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이 전단 살포 제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살포 행위 자체는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 만큼, 정부가 관련 행위 자체를 금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근거가 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식으로 관련 규제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현행법상 대북전단 살포 제지의 근거가 되는 경찰관집무집행법 역시 같은 문제로 현장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위협 △지역주민과 대북전단 단체 간 충돌 등이 발생할 경우 "경찰관이 현장에서 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다"면서도 "현존하고 명백한 위협을 그때마다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한 법 적용이 어렵다는 현장 애로사항도 있었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다 해도 해당 항목 외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제기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례로 접경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에서 사전 예고 없이 드론을 날려 대북전단을 살포할 경우 이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사후 처벌이 가능한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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