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활기에도 외면받는 펀드...'언택트'로 날개 펴나
입력 2020.06.04 05:00
수정 2020.06.03 21:46
직접-간접투자 양극화, 주식형펀드 올초 이후 5.5조 이탈
운용사, 위축된 펀드시장 돌파구 위해 언택트 마케팅 점화
코스피 지수가 2100선에 안착하며 증시로의 자금쏠림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모펀드 시장은 여전히 변동성 장세속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 주도의 주식시장이 모처럼 활황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시장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자산운용사들은 부진한 펀드시장 타개를 위해 언택트(비대면) 펀드 출시에 나서고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초 이후 국내주식형 전체 펀드에서는 5조4799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인덱스주식형 전체 펀드에서 4조6000억원의 뭉칫돈이 빠졌고, 액티브주식펀드에서도 8797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액은 44조원을 웃돌고 있지만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이탈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단기성격의 펀드에서만 대규모 뭉칫돈이 들어갔다. 올 초 이후 머니마켓펀드(MMF)에서만 51조252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주식시장 활황속에서도 간접투자에 대한 투자자 외면이 장기화되자 운용사들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언택트 펀드들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평소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펀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야하지만 최근엔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주춤한 상태여서 운용사들이 증시로 들어온 자금을 어떻게 가져올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언택트 펀드를 생각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비대면을 선호하는 방식이 생활 곳곳에서 자리잡을 것으로 관측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운용사들은 언택트라는 컨셉의 펀드를 새롭게 출시하거나 기존에 있던 상품을 리모델링해서 '언택트'라는 이름을 붙여 새롭게 선보이는 등 위축된 펀드 시장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해외 언택트 관련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넥스트노멀 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전자상거래,온라인 서비스 기업과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한화자산운용도 글로벌언택트 펀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의 장기적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외 우량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박성걸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코로나 국면을 지나며 언택트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은 우리 삶 속에 더 깊게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에 중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관련 기업들에 투자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존에 이미 나온 상품을 언택트에 맞게 새롭게 리모델링 펀드들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삼성언택트코리아펀드는 최근 언택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지난 3개월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 3개월간 이 펀드의 수익률은 4%대를 기록했다. 지난 한달 기준으로도 5.96%를 기록중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지난달에 기존 ‘신한BNPP좋은아침코리아펀드’를 ‘신한BNPP코리아신경제펀드’로 리모델링해 출시했다. 이 펀드는 네이버와 카카오, 전기차 관련주인 LG화학,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비중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언택트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아닌 이미 4차산업시장에서 주목받던 산업들이 모여있던 것인데 이번 코로나19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라며 "국내 상당수의 펀드들이 이미 4차산업과 관련된 종목들을 담고있는 만큼 앞으로도 관련된 펀드들의 출시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