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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연기’가 아쉬운, 그래서 더 뛰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0.06.04 10:02 수정 2020.06.04 10:03

진천선수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가대표 입촌 연기

1년 미룬 도쿄 올림픽, 부족한 부분 가다듬는 시간

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펜싱 남자 대표팀. ⓒ 뉴시스 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펜싱 남자 대표팀. ⓒ 뉴시스

“올림픽이라도 열렸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국가대표에 선발된 선수들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 하나만 보고 땀을 흘린다. 훈련 과정이 고되고 힘들기 때문에 이들에게 올림픽은 출전 자체만으로도 큰 산을 정복하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올림픽이 1년 연기가 됐다는 것은 1년 더 달려야 한다는 뜻과 같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KSPO 펜싱팀의 김두홍 감독)


전국을 뒤덮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대부분의 스포츠들이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현재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스포츠가 중단됐지만,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한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프로골프는 가동되기 시작했다. 비록 무관중이긴 하지만, 자본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중개권료를 바탕으로 경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


반면, 프로가 아닌 실업 종목들은 얘기가 다르다. 이들은 미디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선수들과 다르게 말 그대로 음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열리지 못하면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겪는 답답함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실업 선수들은 매일 같이 구슬땀을 흘리며 코로나19가 물러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실업 선수들은 매일 같이 구슬땀을 흘리며 코로나19가 물러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소속 사이클팀의 이병일 감독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실 훈련은 크게 문제가 없다. 우리 팀의 경우 훈련지가 강원도 춘천 외곽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스케줄을 소화했다”며 “다만 문제는 대회가 언제 열릴지 몰라 선수들이 답답해 한다는 점이다.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라고 토로했다.


사이클 종목의 경우 3월부터 예정됐던 5개 대회가 전면 취소됐다. 대한자전거연맹은 6월 21일부터 강원도 양양군에서 열리는 ‘2020 KBS양양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 마스터즈 사이클 양양 투어’를 올해 첫 일정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대회가 예정대로 열릴지는 미지수다. 대회를 개최하는 강원도 양양군 측에서 좀 더 지켜보자는 뜻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유한 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바뀌는 일정들이 더욱 혼란스럽다.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14일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입촌을 잠정 보류한다고 밝혔다. 당초 체육회는 가라테, 유도, 레슬링, 역도, 펜싱, 배드민턴, 복싱 등 9개 종목 약 360명을 재입촌 시킬 계획이었으나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열려던 문을 다시 걸어 잠갔다.


KSPO 펜싱팀의 김두홍 감독은 “우리 팀의 경우 구본길, 김정환 등이 국가대표에 선발돼있다. 일정대로 선수촌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다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훈련 스케줄도 조정해야 하고 지금은 그저 기다릴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선수들 입촌을 연기한 진천 선수촌. ⓒ 연합뉴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선수들 입촌을 연기한 진천 선수촌. ⓒ 연합뉴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2020 도쿄 올림픽 연기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 크게 퍼져 오는 7월 개막하려던 일정을 1년 뒤로 미룬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 김두홍 감독은 “선수들의 허탈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다독인다. 부족한 부분을 고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라며 씁쓸한 위안의 말을 건넸다.


이태원에 이어 쿠팡물류센터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내 스포츠의 시계가 언제 정상 가동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일단 사이클, 펜싱을 비롯한 각 단체 연맹과 협회는 6월 중순 이후로 대회 일정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사실 미지수다.


그럼에도 각 종목에 속한 선수들은 100% 컨디션 유지를 위해 매일 같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결실로 맺어질 곳은 단 한 곳, 바로 경기장이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연 경기장에 실업팀 선수들도 발을 딛기 위해 끊임없이 준비 중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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