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m 환상 칩인 버디' 문동현, 폭우 뚫고 KPGA 선수권 최연소 우승
입력 2026.06.07 18:36
수정 2026.06.09 07:15
문동현. ⓒ KPGA
국가대표 출신 신예 문동현이 악천후를 뚫고 KPGA 선수권대회 역대 최연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문동현은 7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 남·서코스(파71)에서 열린 제69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6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최악의 컨디션을 극복하고 2언더파를 추가, 나흘 합계 9언더파 275타로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까지 숨 막히는 추격전을 벌인 2위 김찬우(8언더파)를 단 1타 차로 따돌린 짜릿한 우승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문동현은 만 20세 2개월 2일의 나이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1960년 한장상이 세웠던 종전 기록(20세 4개월 10일)을 앞당긴 '역대 최연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우승 상금 3억 2000만원을 챙긴 문동현은 단숨에 제네시스 포인트 1위로 도약함과 동시에 향후 5년간의 투어 시드까지 확보했다.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오후부터 에이원CC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며 날씨와도 싸워야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여기에 '영암 사나이' 김찬우가 전반 정교한 웨지샷을 앞세워 2타 차 선두로 달아날 때까지만 해도 문동현을 우승을 점치는 이들은 드물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리더보드가 요동쳤다. 15번 홀이 종료된 시점, 문동현을 비롯해 엄재웅, 조우영, 김찬우 등 무려 4명의 선수가 8언더파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유의 혼전이 빚어졌다. 여기에 이재진까지 1타 차로 바짝 추격하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 속 형국이 이어졌다.
문동현. ⓒ KPGA
피 말리는 살얼음판 승부처에서 문동현이 결정적인 샷을 성공시켰다. 페어웨이가 좁아 까다롭기로 소문난 16번 홀. 문동현의 티샷이 턱이 높은 벙커에 빠지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문동현은 침착했다. 벙커샷으로 공을 그린 주변 28m 프린지 근처로 보낸 뒤, 시도한 칩샷이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적인 칩인 버디로 연결됐다.
우승 경쟁을 벌이던 톱5 선수 중 마의 16~18번 홀에서 타수를 줄인 선수는 문동현이 유일했다. 사실상 이 칩인 버디 한 방이 우승 주인공을 바꾼 결정적 순간이었다.
단 1타 차의 불안한 리드를 잡고 맞이한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도 위기는 있었다. 문동현의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쏠리며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다행히 카트 도로 위에서 구제를 받으며 한숨을 돌렸고, 160m를 남겨두고 친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안전하게 안착시켰다.
승부를 결정짓는 15.6m 거리의 롱 버디 퍼트. 문동현은 욕심을 내기보다 침착하게 공을 홀 1m 부근에 바짝 붙이며 파 세이브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짧은 파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20세 신예는 비로소 참았던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악천후와 베테랑들의 매서운 추격을 뚫고 한국 골프 역사를 새로 쓴 문동현의 시대가 마침내 막을 올린 순간이었다.
문동현. ⓒ KPG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