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돌아본 통합당의 '총선 평가 세미나'…"중도층 잡아야"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05.19 04:00
수정 2020.05.19 06:01

총선 출마자·전문가·언론계 인사 모여 상황 진단

장경상 "기울어진 지형 구조 고착화…87세대 이탈"

김웅 "청년들 만나보니 우리가 시대에 10년 뒤쳐져"

천하람 "탈권위주의 필요…현장·포용·철학 중요해"

1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총선 평가 및 미디어환경 분석 세미나' ⓒ데일리안

미래통합당은 18일 국회에서 '총선 평가 및 미디어환경 분석 세미나'를 개최하고 총선 참패의 원인을 돌아봤다. 4·15 총선 출마자와 당선인 및 언론계 인사가 모두 모여 당의 직면한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날 토론에는 통합당의 전신 한나라당의 당직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 및 김웅 서울 송파갑 당선인·천하람 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후보·이윤정 전 여의도연구원 퓨처포럼 공동대표·정도원 <데일리안> 기자 등이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발제를 맡은 장경상 국장은 민주화를 경험한 이른바 '87세대'(1973∼1967년생)가 차기 대선 유권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을 강조하며 "기울어진 지형 구조가 고착화됐다. 모든 전쟁에서 언덕 아래에서 위로 공격하는 쪽은 불리하기 마련"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장 국장은 "이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정당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질 수 없는 경험을 한 세대들"이라며 "특히 87세대는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 성향에 있어서 변곡점이 된다. 탄핵 사태 이전부터 87세대의 이탈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국장의 발제 후 이어진 토론 시간에 총선을 현장에서 경험했던 당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김웅 당선자는 최근 20대 청년들을 만난 경험을 소개하며 "청년들이 '통합당이 더 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표를 많이 얻었다', '극단적인 지지층과 절연하지 못했다', '탄핵을 인정하지 못해 거부감이 있었다', ‘보수정당을 지지한다고 하면 친구들한테 창피하다' '끌리는 장점이 전혀 없고 여당 공격만 하더라'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당선자는 "학생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시대에서 10년 정도 뒤쳐져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


천하람 전 후보는 '탈권위주의'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통합당은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정당이다. 탈권위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현장·포용·철학"이라며 "천 마디 만 마디 말보다 현장의 목소리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나, 현장을 가야 경쟁력이 있다. 순혈주의·교조주의에 빠져서 전체 세트에 동의를 못 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전 후보는 당 지도부에 철학자나 인문학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우리 당은 멋진 이야기가 없다. 멋진 말로 국민들이 듣고 싶은 형태로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부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도원 기자 "탄핵 문제·선거법 개정·젠더/PC 문제 논의해야"
장경상 "주류 따라가는 경향 보이는 중도를 보수로 오게 해야"
천하람 "중도 따라오게 하려면 멋이 있어야…국민 말씀 듣고 배워야"


정도원 <데일리안> 기자는 당의 회생을 위한 세 가지 담론을 제시했다. 그는 "탄핵 문제를 어떻게 끊고 정리하며 마무리 지을 것이냐는 논의를 시작해야 하며, 참담하게 실패한 제도라는 것이 드러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떤 방식으로 개정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며 "젠더 문제와 PC(정치적 수정주의·Political Correctness) 문제를 보수정당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를 논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두 시간에 걸쳐 진행 된 세미나 후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해법은 '중도층 끌어안기'였다. 장경상 국장은 "기울어진 유권자 지형은 대통령 탄핵에 의한 일시적인 후유증이 아니라 오래된 구조적 문제이다. 세대교체만 외쳐서는 곤란할 것"이라며 "주류에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는 중도를 보수로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천하람 전 후보는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해 메시지를 다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중도를 쫓는 것이 아니라 따라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멋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조롱당하지 않아야 하고, 조롱당하지 않으려면 비상식적인 얘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의 인식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면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 전 후보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나면 그 정당에서 아무리 멋진 정책을 내놓아도 소용이 없다"며 "우리가 당면해서 해야 하는 작업은 조롱의 영역에서 상식과 멋이 있는 정당이 돼는 것이다. 국민들의 말씀을 듣고 배우는 데 집중하며 내공이 쌓이면 그 멋진 모습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최현욱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