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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 야구도?”…'빠던' 열광이 점화한 S존 판정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05.09 07:00 수정 2020.05.09 00:06

'빠던'으로 촉발된 미국 내 관심, KBO리그 스트라이크 판정에도 눈길

불신 없는 구심 콜 우렁차게 울릴 때 KBO리그 퀄리티 더 높아져

NC 모창민. ⓒ 뉴시스 NC 모창민. ⓒ 뉴시스

한국 KBO리그가 ESPN 생중계를 타고 야구에 굶주린 미국을 달구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개막일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KBO리그를 매일 1경기씩 생중계하는 ESPN 홈페이지를 비롯해 미국 야구팬들의 유튜브와 트위터 등에는 KBO리그 관련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최대 히트작은 단연 ‘빠던(빠따 던지기)’.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 뒤 타자들이 짜릿한 손맛을 보며 배트를 던지는 '빠던'에 쏠린 관심은 가히 선풍적이다.


일례로 NC 모창민은 개막전서 홈런을 날린 직후 ‘빠던’을 시전했는데 이 영상은 미국 내 각종 스포츠 커뮤니티 인기 리스트에 올랐다. 미국에서 ‘배트 플립(Bat Flip)’으로 불리는 '빠던'은 투수를 자극하는 비신사적 행위로 여겨져 메이저리그에서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워닝 트랙 외야 펜스에 게시된 ‘김준현 피자’ 광고판, 왼손을 뻗고 오른쪽 주먹을 땅에 내지르는 구심의 삼진 아웃 콜까지 미국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어당기고 있다.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빠던'으로 KBO리그에 대한 관심이 커진 미국 야구팬들은 스트라이크 판정 과정에도 눈길을 보냈다. 국내서도 그동안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불신이 컸는데 미국 야구팬들도 느낀 것이다.


일부 미국 야구팬들은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 야구 심판의 S존(스트라이크존) 판정도 메이저리그와 다를 것 없다”며 비꼬았고, 여기에 국내 팬들도 가세해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판정 논란은 점화됐다. '빠던'으로 촉발된 뜨거운 관심이 KBO리그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향한 것이다.


한화 이용규. ⓒ 연합뉴스 한화 이용규. ⓒ 연합뉴스

지난 7일에는 한화 이글스 주장 이용규가 경기 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일관성 있게 해달라”고 공개 요청했고,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브리검은 더그아웃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품고 날카롭게 반응하다 구심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해당 경기를 중계한 국내 베테랑 해설자도 판정 불만에 공감했다.


판정을 내리는 심판이 육안에 의존하다보니 오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계처럼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궤적을 실수 없이 모두 파악할 수 없다. 올 시즌에는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마스크까지 쓰는 상황이다. ‘전력분석대상’이 된 구심에 따라 스트라이크존 차이는 분명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관성 잃은 판정과 보더라인에서 공 2개 이상 빠지는 것에도 스트라이크 콜이 나올 때면 첨단 장비로 시청하는 팬들로서는 가슴을 칠 수밖에 없다. ‘XXX존’이라는 다소 모욕적인 깎아내리기도 웃지 못 할 판정들이 축적되어 생성한 키워드다.


첨단 장비의 발달에 따라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가뜩이나 로봇심판 도입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데 코로나19까지 겹쳐 로봇심판은 ‘거리두기’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간 심판’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개인의 노력과 KBO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빠던'으로 촉발된 미국 내 관심을 KBO리그 특유의 매력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시점에 불거진 스트라이크 판정 논란은 여간 안타까운 게 아니다. 신뢰 있고 일관성 있는 판정을 내리는 구심들의 콜이 당당하고 우렁차게 들릴 때 비로소 KBO리그는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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