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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자영업 대출 금리 내렸지만…'연 15%' 연체이자율 여전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4.28 05:00 수정 2020.04.28 05:36

은행 대출 이자율 일제 하락…기준금리·코로나19 지원 영향

영세 사업체 경영난 가중…고금리 연체 페널티 논란 재점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은행 대출 이자율이 일제히 낮아졌지만 연 15%에 달하는 은행들의 연체이자율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사진) ⓒ뉴시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은행 대출 이자율이 일제히 낮아졌지만 연 15%에 달하는 은행들의 연체이자율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사진) ⓒ뉴시스

국내 은행들이 최근 들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이자율을 일제히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추락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금융지원 차원에서 이자 감면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사업체들이 늘어만 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 15%에 달하는 은행들의 연체이자율을 다시 한 번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2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국내 16개 은행들의 직전 3개월 간 중소기업들에게 내준 운전자금 대출 금리는 평균 3.59%로 한 달 전(3.82%)보다 0.2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시중은행들을 보면 먼저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이자율이 같은 기간 3.52%에서 3.31%로 0.21%포인트 하락했다. 신한은행 역시 3.78%에서 3.47%로, 우리은행은 3.80%에서 3.51%로 각각 0.31%포인트와 0.29%포인트씩 해당 이자율이 내렸다. KB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도 3.85%에서 3.56%로 낮아졌다.


아울러 자영업자들에 대한 은행 대출 이자율도 하강 곡선을 그렸다. 조사 대상 기간 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금리는 3.68%에서 3.52%로 0.16%포인트 떨어졌다.


이 역시 4대 은행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나은행은 3.42%에서 3.19%로, 국민은행은 3.57%에서 3.36%로 각각 0.23%포인트와 0.21%포인트씩 자영업자 대출 이자율이 낮아졌다. 또 신한은행은 3.67%에서 0.28%포인트 떨어진 3.39%, 우리은행은 3.68%에서 0.23%포인트 하락한 3.45%의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를 기록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기업대출 이자율을 낮추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기준금리가 꼽힌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준금리가 갑작스레 0%대까지 추락하게 되면서다.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금융권의 불안이 커지자 지난 달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내린 0.75%로 운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코로나19에 따른 은행들의 금융지원도 전반적인 대출 이자율을 끌어내린 요소로 작용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올해 2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금융지원을 지속해 왔다. 이를 통해 은행들은 저금리 신규 대출과 이자 감면 등을 실시해 왔는데 그 영향이 평균 금리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지나친 고금리란 지적이 이어져 온 은행들의 연체이자율에 다시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은 연체 대출에 적용하는 최고 이자율을 15%를 설정해두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특수은행인 IBK기업은행이 대기업에 13%, 일반 기업대출에 11%로 비교적 낮은 연체이자율을 책정하고 있는 정도다. 이밖에 한국씨티은행의 대출 연체이자율이 14.9%로 소폭 낮은 편이다.


은행들의 대출 연체이자율에 대한 논란은 비단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현재 은행들의 연체이자율도 앞선 2018년 금융당국이 15%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정하면서 그나마 다소 떨어진 것이다. 은행들이 대출 연체자의 부담을 과도하게 키우고 있다는 불만에 따른 조치였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역풍으로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이 같은 연체이자율은 또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취약 차주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단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높은 수준의 연체이자율을 고수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평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생계형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은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이후인 지난 달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8로 전월(78) 대비 10포인트 급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2008년 12월(6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자금사정에 대해 기업이 인식하고 있는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이를 비관적으로 여기고 있는 기업이 낙관하는 곳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 자영업이 중심인 비제조업의 자금사정 BSI(66)가 더 크게 떨어졌고, 제조업(71)에서는 중소기업(58)의 악화가 두드러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은행 연체이자율을 조정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당장 손을 대기엔 부담이 있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부채 상환 여력 악화로 연체이자율 대상이 되는 차주들 많아질 경우 금융지원 차원에서 재조정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고 연체이자율은 장기 내지 상습 연체자에 대한 일종의 패널티 성격으로, 이를 통해 은행이 거두는 이익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전방위 지원이 시행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이를 그대로 유지할 명분이 약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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