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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가속페달 밟은 국민은행, 과속방지턱 '패싱'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4.24 06:00 수정 2020.04.24 05:03

거액 예금 쏠림 확대…자금 조달 가이드라인 어겨

코로나19로 유동성 불안 확산…리스크 관리 '촉각'

KB국민은행이 예금 규모를 빠르게 키우려다 위험 분산을 위한 내부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데일리안 KB국민은행이 예금 규모를 빠르게 키우려다 위험 분산을 위한 내부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데일리안

KB국민은행이 예금 규모를 빠르게 키우려다 위험 분산을 위한 내부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금융시장 위기 상황 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자금 공급처가 한 곳으로 쏠리지 않도록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는데, 예금 확대에 속도를 내던 국민은행이 이를 지키지 못하고 마지노선을 넘어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금융권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이전보다 리스크 관리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해 정기예금을 통해 조달한 전체 원화 자금 중 금액 기준 상위 30개 정기예금에 대한 의존도 제한을 준수하지 못했다. 국민은행은 해당 비중을 25% 이내로 관리하기로 목표를 세워 왔는데, 지난해에는 이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사항은 '담보물과 자금조달 원천에 대한 편중 제한'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내부 규정 중 하나로, 다른 은행들도 유동성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마련해 두고 있는 지표다. 특정 고객이나 상품, 만기, 지역 등에 자금 조달 의존이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도록 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 국민은행이 지키지 못한 부분은 고객별 자금 편중에 대한 항목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예금을 늘리던 과정에서, 대형 기관 고객인 금융사로부터의 예금이 늘어나 관련 지표를 준수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예대율 규제 강화를 앞두고 추가적인 예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비용 상 유리한 금융기관 예금 위주로 이를 채우다 보니 거액 예금의 비중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예대율은 은행이 확보한 예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을 일컫는 표현으로, 은행들이 조달한 예수금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지표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 예대율이 100%가 넘으면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경영에 적신호가 들어오게 된다.


금융당국은 가계 빚을 억제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행 예대율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해 둔 상황이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대를 제한하고자 올해부터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가중치 차등은 은행 입장에서 가계대출을 늘리는데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었다.


실제로 이에 대비해 국민은행은 한 해 동안 예금을 24조원 넘게 늘렸다. 신한은행보다는 1조원 가량 적은 증가폭이긴 하지만, 당초 국민은행이 원래 보유하고 있던 예금 규모가 30조원 이상 클 정도로 상당한 격차가 나던 현실을 고려하면 단연 눈에 띄는 성장세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들의 지난해 말 원화 예수금 잔액은 총 991조2800억원으로 전년 말(903조230억원)보다 9.8%(88조257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예수금은 257조1205억원에서 281조1841억원으로 9.4%(24조636억원)나 늘었다. 신한은행 역시 원화 예수금이 220조5365억원에서 245조7967억원으로 11.5%(25조2602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도 218조6214억원에서 235조5314억원으로, 하나은행은 206조7447억원에서 228조7679억원으로 각각 7.7%(16조9010억원)와 10.7%(22조232억원)씩 원화 예수금이 늘었다.


국민은행은 이처럼 확보한 예금을 통해 예대율 대비에 있어서는 한 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그 와중 확대된 자금 조달 쏠림 현상은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특히 이런 와중 코로나19로 인해 금융권의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스로 만든 규정조차 지키지 못할 정도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때가 아니란 비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자금 조달 편중도는 자금 유출 시 유동성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도매 조달원을 식별하기 위한 지표"라며 "국제 금융감독 기구인 바젤위원회의 권고를 근거로 국내 금융당국이 자금 조달원의 다양화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부채의 경우 실질적인 자금조달 거래 상대방을 확인할 수 없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고, 이에 따라 실제 자금 조달 편중도는 계산된 지표보다 클 수 있다"며 "또 위기 시에는 중요 거래 상대방이 빈번하게 변경될 수 있는 만큼, 한 금융기관에서의 문제가 발생이 금융권으로 퍼지지 않도록 사전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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