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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더 킹:영원의 군주’에서 느껴지는 ‘도깨비’의 향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4.22 09:03 수정 2020.04.22 09:03

김은숙 작가에 대한 신뢰, 실망으로 이어질까

첫 주 시청률 11%대, 시청자 이탈 막으려면

ⓒSBS ⓒSBS

SBS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향이 강하게 묻어난다. 굳이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라고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스타 작가의 복귀작답게 첫 주 시청률은 11%대를 기록했다. 작가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보여주는 수치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기다려 보자”와 “실망스럽다”로 갈린다. 사실 말이 다를 뿐,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상통한다. 첫 주 방송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1994년 대한제국과 2019년 대한민국이 동시기에 공존하는 ‘평행세계’를 그린 만큼, 배경을 이해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첫 회는 두 세계를 설명하는데 집중했다.


두 번째 방송은 주연 남녀의 만남을 그리면서 본격적인 로맨스의 서막을 알렸다. 앞서 제작진은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 그리고 각각의 공간에 사는 인물들이 만나면서 부딪히는 과정을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매번 파격적인 상상력으로 흥행 홈런을 날렸던 김 작가가 ‘평행세계’라는 진화된 로맨스를 선보인다는 것에 기대가 쏠렸다.


그런데 과정에서도 ‘도깨비’가 스친다. 공유가 약 700년 전과 현대를 오갔다면, 이민호는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오간다. 특히 이 남주들이 낯선 세계에 오면서 마주치는 여주가 모두 김고은이라는 것이 주는 기시감이 크다. 캐릭터의 나이, 직업 등은 다르지만 말투나 성격에서 오는 익숙함은 지우기 힘들다. 심지어 ‘형사가 된 지은탁’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민호 역시 기존에 연기해왔던 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남주 캐릭터의 전형을 따라가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김 작가는 처음으로 한 차례 작업을 함께 했던 배우들에게 주연 자리를 내줬는데, 방송 전 기대 포인트로 꼽히던 ‘호흡’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기시감이 커지면서 김 작가의 ‘자기복제’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작가 특유의 ‘말맛’도 아직까진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시대를 앞선 캐릭터가 없는 것도 아쉽다. 대한제국 최초의 여성 총리를 내세운 시도는 좋았지만 새빨간 시스루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해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준다”는 구시대적인 대사를 날리고, 젊은 황제와의 스캔들로 국정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또 이림(이정진 분)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장애인인 또 다른 자신에게 “이토록 미천하게 살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며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건 단 하나, 드라마로 연타 홈런을 낸 김 작가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평행세계’라는 다소 난해한 소재를 편성한 방송사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탈을 주저하는 시청자들도, 판타지 멜로의 지평을 넓힌 작가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3, 4부에서 ‘역시 김은숙’이라는 탄성을 내지를 만한 한 방이 필요하다. 그 한방이 드라마의 성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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