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킹덤2' 박인제 감독 "시즌3, 김은희 작가만 알아요"
입력 2020.03.19 00:04
수정 2020.03.19 08:20
최초 화상 인터뷰로 취재진 만나
"전편 이어 좀비물 특성 이으려 노력"
"이번 시즌이 전편보다 더 인기가 많은 이유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
박인제(46) 감독이 쑥스러워 하며 웃었다. 박 감독은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 시즌2를 연출했다.
앞서 김성훈 감독이 '킹덤' 시즌1의 충격적인 엔딩에 이어지는 대규모 전투 장면으로 시즌2 첫 에피소드의 포문을 열었다. '모비딕'(2011)과 '특별시민'(2017)을 만든 박 감독은 시즌2의 두 번째부터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연출을 맡았다.
박 감독을 18일 인터뷰로 만났다. 이날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때문에 화상 인터뷰로 진행됐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방식이다. 박 감독은 "얼굴을 맞대고 인터뷰 해야 심도 깊은 얘기가 나오는데 어색하다"고 웃었다.
지난해 1월 공개된 '킹덤1'은 서양의 문화적 코드 좀비를 조선시대 창궐하는 역병으로 바꿔 해석하며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로 인기를 끌었다. '킹덤2'에선 시즌1의 '떡밥'(복선)이 얼마나 회수됐는지가 관심사였다. 시즌3는 제작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시즌2는 전편보다 더 재밌고 스케일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감독은 "인원이 더 많아져서 해야할 부분도 늘어났다"며 "사극이고 좀비물이라 분장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았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에서는 하나의 시리즈에 여러 감독이 참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하나의 시즌을 두 감독이 협업하는 사례가 드물다. 박 감독은 '킹덤' 시즌1의 공개 전 김성훈 감독에게서 직접 제안을 받아 '킹덤' 시리즈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박 감독은 "김 감독에게 제안을 받고 참여하게 됐다"며 "다른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었던 찰나 '킹덤'을 만났다. 전 편을 재밌게 봐서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보다 도전의식이 앞섰다. 좀비물을 좋아하는 관객으로,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즌2는 전편보다 훨씬 더 나아갔다는 호평을 얻었다. 아울러 이번 편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시기에 공개돼 의도치 않은 시의성을 챙기게 됐다.
박 감독은 "시청자들이 더 좋아하나요?"라고 물은 뒤 "인기는 잘 모르겠다. 시즌1이 있으니 시즌2가 나온 건데 '킹덤'의 세계관을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1의 세계관과 연결점을 지키고, 이어가려 했어요. 감독마다 개성이 다르지만 시즌1에 담긴 좀비와 좀비물의 특징을 시즌2에서 확대하는 게 가장 중요했죠."
시즌2에는 박병은과 김태훈, 허준호, 전지현이 새로 합류했다. 박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는 다 좋았다. 내가 작품에 녹아들어가야 하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중전을 맡은 김혜준은 시즌1 때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시즌엔 이전보다 나아졌다. 박 감독은 "중전의 마지막 순간을 가장 화려하게 마무리하려고 했다"며 "의상과 소품이 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중전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야만 했죠. 이번 편에선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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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은 그냥 좀비물이 아니다. 좀비가 창궐한 계를 권력의 암투에서 찾는다.
"세자를 둘러싼 권력을 탐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예요. 본질적으로는 '킹덤'이라는 왕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왕조가 몰락하는 과정이죠. 저 역시 이런 부분에 흥미를 느껴 참여하게 됐습니다."
시청자들은 '킹덤' 시즌2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반응을 내놓는다. 가장 뿌듯했던 팬들의 반응을 묻자 "5부에 등장했던 캐릭터가 6부 후반부, 꽁꽁 언 강의 얼음이 깨지는 장면에서 나온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두 캐릭터를 연결해 보시더라. 놀랍고 기분이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해외 시청자들은 '킹덤' 속 주인공들의 한복과 갓을 보고 '멋있다'며 열광한다. 박 감독은 "한국의 궁궐이 주는 아름다움을 강조하려 했다"며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미를 영상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김은희 작가와 호흡엔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본을 받고, 장면을 구현하는 작업이 좋았어요. 상상력이 풍부해졌고요. 조학주가 뺨을 물어뜯기는 장면도 대본에 없었는데, 그 장면을 제가 표현하는 과정이 참 즐거웠습니다. 탄탄한 대본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요."
넷플릭스와 작업은 처음이다. 그는 "넷플릭스는 창작자가 상상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다만, 시청률이나 관객수 등 결과나 성적을 볼 수 없다. 단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창작자의 입장을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즌2의 마지막에는 전지현이 등장한다. 시즌3를 암시하는 부분이다. 감독은 말을 아꼈다.
"시즌3 이야기는 저도 정말 몰라요. 제작진끼리 그냥 잡담 수준으로 얘기할뿐이죠. 김은희 작가님이 쓰셔야 알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