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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부터 꼬인 무리뉴, 장담할 수 없는 2년 차

박시인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입력 2020.03.15 12:50 수정 2020.03.15 11:43

토트넘에서의 첫 해, 무관으로 마무리하게 된 무리뉴 감독. ⓒ 뉴시스 토트넘에서의 첫 해, 무관으로 마무리하게 된 무리뉴 감독. ⓒ 뉴시스

주제 무리뉴 감독의 특정 클럽 커리어 3년 차는 항상 좌절이었다.


첫 해는 적응기, 2년차에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면 세 번째 시즌에는 성적 부진과 선수단 장악 실패 등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패턴을 반복했다.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 첼시,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빅클럽에서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만큼 세계적인 명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이 지난해 11월 토트넘의 사령탑으로 부임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무리뉴가 몸담은 빅클럽들과 비교할 때 토트넘은 ‘다운 그레이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구단 역대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며 정점을 찍은 뒤 올 시즌 극심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무리뉴 감독 역시 지난 몇 년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한물간 지도자’라는 일각의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뉴 감독은 다시 한 번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부활을 목표로 과감한 도전을 선택한 것.


토트넘 부임 초기 3연승을 내달렸지만 이후 들쭉날쭉한 성적을 남기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최근 들어 6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는 등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았다. 연이은 승점 쌓기 실패로 리그 8위까지 주저앉으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이뿐만 아니다. FA컵에서 약체 노리치 시티에 패한데 이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라이프치히를 맞아 16강 1~2차전 합계 0-4로 대패했다. 토너먼트에 강한 무리뉴 감독으로선 굴욕과도 같은 결과였다. 두 개 대회에서 탈락한 토트넘은 올 시즌도 사실상 무관에 그치고 말았다.


토트넘은 최근 몇 시즌 동안 리그 탑4에 꾸준히 진입하면서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참가하는 팀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우승컵을 한 차례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2007-08시즌 이후 12년 째 무관이다. 토트넘이 하향세를 걷고 있는 무리뉴를 선임한 이유는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함이다.


물론 해리 케인, 손흥민 등 주요 득점원들의 부재가 뼈아팠다. 겨울 이적 시장에 영입한 스테번 베르흐바인마저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전방과 2선 공격진의 뎁스가 얇아졌다. 급기야 무리뉴 감독은 “총알 없는 총을 들고 싸우는 것과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델리 알리를 전진시켜 최전방에 기용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있다. 루카스 모우라, 에릭 라멜라의 부진도 실망스럽다. 모우라는 7경기, 라멜라는 9경기째 득점이 없다. 알리도 지난 10경기에서 1골이 전부다.


팀 부진이 길어지자 무리뉴 감독에 대한 토트넘 팬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영국 언론 '기브미스포츠'에 따르면, 총 81000여 명의 팬들이 참여한 “무리뉴가 토트넘 감독 적임자인가”라는 투표에서 무려 70%가 “아니다”를 선택했다.


물론 선수들의 줄 부상을 두고 모든 책임을 무리뉴에게 전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영국 ‘BBC’의 마크 로렌슨은 “현재 토트넘은 최전방 공격수가 빠졌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뭔가를 해야 할 사람이 무리뉴다. 그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맨유 레전드 리오 퍼디난드도 ‘BT스포츠’를 통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감독의 몫"이라며 "'총알 없는 총'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알리, 모우라의 자신감을 키우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알리의 전진 배치는 뚜렷한 결과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 뉴시스 알리의 전진 배치는 뚜렷한 결과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 뉴시스

현대 축구에서 팬들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감독들은 언제나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감에 놓여 있다.


과거의 무리뉴 감독이라면 첫 시즌 팀의 기틀을 잡고,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적인 요소를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토트넘에서는 1년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무엇보다 토트넘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할 경우 주전들의 이탈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토트넘이 자랑하는 DESK 라인은 이미 붕괴되고 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인터 밀란으로 떠났다.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의 이적설도 대두되고 있다. 손흥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매년 여름 빅클럽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무리뉴 감독은 팀 내 유망주를 육성하기보단 주로 검증된 선수에 의존하는 편이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 맨유를 거치면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해 팀을 꾸렸다.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은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이적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즉, 올 시즌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무리뉴의 2년차도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지금까지 무리뉴 감독이 한 팀에서 가장 오랫동안 머무른 시간이 3년 2개월에 불과하다. 토트넘 1년차부터 대위기를 맞은 무리뉴 감독이 반전을 모색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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