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중국엔 '저자세' 일본엔 '강경'…상반된 대응 왜?
입력 2020.03.07 05:00
수정 2020.03.07 06:18
中 입국제한에 중국 대사 '면담'으로 우려 전달
日엔 "저의 의심된다" 공격적 어투로 유감 표명
총선 등 정치적 목적 위한 반일 감정 부추기기 해석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한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중국과 일본에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 입국을 사실상 제한해 온 중국에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본에는 곧바로 '맞불'을 놓으면서다.
청와대는 6일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9일부터 약 한달 간 한국과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를 2주간 격리 조치시키겠다고 발표한 데에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상임위원들은 이와 함께 "세계가 평가하는 과학적이고 투명한 방역체계를 통해 코로나19를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고 있음에 비추어 일본이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 조치로 국제사회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외교부도 "사전에 충분한 협의도 없이 불합리하고 과도한 조처를 한 데 대해 극히 유감을 표한다"며 "모든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9일 0시부터 일본에 대한 사증면제조치와 이미 발급된 사증 효력을 정지하고, 일본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키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반응은 중국을 대할 때와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중국이 지난 2월 말 한국발 항공기 탑승자에 대한 격리 등 입국제한 조치를 했을 땐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에게 우려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당시 외교부는 항의 의미가 담긴 '초치'가 아닌 '면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에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강한 어투로 유감을 표한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더욱이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많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눈치보기'라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가에서는 "총선 전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오는 4·15 총선에서 여권이 불리하게 되자 지지층 및 중도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목적이 담긴 대응이란 것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메르스 때보다 많아지자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총선에서 굉장히 불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의 방한도 총선 전 어렵게 됐다"며 "'정치적인 수'가 필요한데, 이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력 스탠스와 잠자고 있던 반일 감정 부추기기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安倍晋三)의 이른바 '벚꽃 스캔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아베 내각 지지율은 아베 총리의 벚꽃놀이 행사 파문에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까지 더해지면서 급락세를 겪고 있다. 아베 내각이 시 주석의 방일도 연기된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는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선 행동'으로 인한 강경 대응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읽는 건 다소 무리라는 목소리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순 있겠지만 일본이 먼저 움직였기 때문에 취해진 액션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핵심은 우리가 강경 대응을 하더라도 일본이 움직일 것인가 하는 부분인데, 일본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