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후반' 文대통령 앞 가시밭길...WP "이미 레임덕 시작"
입력 2020.03.06 05:00
수정 2020.03.05 23:47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 불안감 가중…경제 침체
외교력 부재 비난 지속…후반기 국정 동력 상실 위기
외신 "이미 레임덕 시작…文 정치생명 걸고 싸워"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대통령의 노정은 곳곳이 가시밭길이다. 한반도 평화 무드를 동력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임기 초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무너뜨릴 요소는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도 여기에 맞물려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외교 문제도 시원찮다는 평이 줄을 잇는다.
외신에선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인한 민심 이반 및 경제 침체
문 대통령의 '종식 발언' 이후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민심 이반은 가속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출렁이고 있다. 지난 3일 실시한 3월 첫째 주 정례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44.5%로 전주(45.2%) 대비 0.7%p 하락했다. 같은 기관에서 지난달 24~25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2.1%p 오른 45.2%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지 않고 출렁이는 건 문 대통령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실망감과 지지층 결집이 동시에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조사한 결과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1%,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1%로 집계됐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심화된 경기 침체는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동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비상경제 상황'을 선언하면서 정책 총동원령을 내린 건 이러한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번 사태 대응이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장 외신에서 보는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전망은 잿빛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윌리엄 페섹은 3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이번 사태로 5000만 한국인을 공포에 떨게 한 것은 문 대통령의 미흡한 대처"라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에도 이미 경기불황 및 그간의 정책들로 인해 문 대통령의 33개월은 민심을 들끓게 하던 중이었다"고 꼬집었다.
페섹은 이어 "문 대통령은 2020년 레임덕 영역에 진입했다"며 "그는 정치생명을 걸고 싸우며 연초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일본 등 강대국 사이에 낀 외교
문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소에는 '외교 문제'도 거론된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모습이 되면서 그간 외교적 성과를 중시했던 문 대통령과 정부의 외교력이 바닥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력 부재 우려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더욱 커졌다. 코로나19 급증세로 '코리아포비아(Korea Phobia·한국 공포증)'가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다. 정부에 따르면 5일 오전 기준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고 있는 국가는 모두 96개국에 달한다. '코리아포비아'는 1차적으로는 국민의 불편과 불안감을 가중시키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마저 자국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표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대중 외교와 경제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달성하기 위한 '저자세'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문 대통령 탄핵 요구 목소리로 이어졌다. 5일 마감된 문 대통령 탄핵 청원은 146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일본과의 수출규제 갈등도 문 대통령 임기 후반기의 가시밭길 요소로 작용할 거란 전망이다. 경제적 타격은 결국 문 대통령의 국정 후반기 동력을 약화할 거란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3·1기념사에서의 대일(對日) 메시지 수위를 낮췄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안중근 의사는 일본의 침략행위에 무력으로 맞섰지만, 일본에 대한 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동양평화를 이루자는 것이 본뜻임을 분명히 밝혔다. 3·1 독립운동의 정신도 같았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성과는 결국 코로나19 대응과 경제·외교 문제에 달렸다"며 "문 대통령 측근의 비리 등으로 인한 레임덕 가능성도 있겠지만, 민심 이반으로 인해 문 대통령이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