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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비상, 4~5월 개봉작도 불안감…마케팅비용 등 부담 가중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3.03 08:51
수정 2020.03.03 08:53

불가항력적 천재지변 사태에 발 동동

올 하반기 작품들도 연쇄적 피해 가능성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계가 관객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로 허덕이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16년 만에 최악이라던 1월보다 2월은 더 최악이었다.


2월 영화계는 '오스카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1917' '작은아씨들' 등을 통해 아카데미 특수를 노렸지만, 물거품이 됐다. '정직한 후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기대를 모았던 한국 영화들도 코로나19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월 전국 영화관 관객수는 734만 명, 매출액은 620억 원으로 2004년(관객 311만명, 매출액 195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3월 들어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3월 첫 평일이던 2일 관객수는 1만 6071명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저치다. 코로나19 영향에도 하루 10만 이상을 유지하던 관객수는 정부가 지난달 23일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3월 들어 관객 감소세가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위기다. 자칫 영화산업 전체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영화는 보통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상영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기피 주요 기피 장소가 돼버렸다.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영화계가 받는 타격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투자·제작·배급사들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코로나19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사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2~3월 개봉작들이다. 아카데미 특수를 노렸던 '작은 아씨들'과 '1917'은 각각 누적관객 77만 명과 43만 명에 불러모았을 뿐이다. 올 상반기 최대 흥행작이 될 것이라던 '정직한 후보'조차 아직 손익분기점인 150만 명(현재 143만 명)에 도달하지 못했다.


개봉을 미룬 작품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장 소나기를 피하기는 했지만, 언제까지 사태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개봉을 마냥 미루기만 할 수도 없다. 게다가 이미 홍보 마케팅비용으로 상당한 비용을 쏟아부었던 만큼, 뒤로 미뤄질수록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제작발표회를 마친 작품도, 주연 배우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작품도 있다. 개봉을 미룬 영화의 홍보 관계자는 "이미 진행한 홍보는 사실상 쓸모가 없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언제 개봉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배우들의 인터뷰 등 홍보 일정도 조율하기 쉽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또 "금전적인 피해는 영화가 잘 된다면 어느 정도 상쇄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를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기대작들의 개봉이 밀리면서 4~5월, 더 나아가 올 하반기 개봉 예정작들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저예산 영화들은 개봉관을 잡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계가 호황일 때도 대작들에 밀려 상영관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연기된 영화들 눈치까지 봐야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걱정조차 어쩌면 사치가 아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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