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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나는 부동산 투기꾼이 아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0.02.26 07:00 수정 2020.02.25 23:34

文정부 들어 19번째 대책 발표

“투기꾼 잡겠다는 강력한 대책, 불똥은 1주택 실수요자에게도”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뉴시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뉴시스

#. 신혼집을 수도권에 마련했던 회사원 최모씨는 자녀가 태어나면서 비좁은 신혼집은 세를 두고, 직장과 아이들 학교가 있는 서울로 이사를 했다. 최씨는 나중에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다시 돌아가 거주할 생각으로 남겨둔 이 집을 최근 세금 문제로 고민하다 팔면서 깊은 허탈감에 빠졌다. 매매계약을 하러 공인중개업소 사무실에서 만난 매수인은 집을 몇 채가지고 있는지 담당 세무사까지 고용하고 있는 젊은 금수저인 듯 보였다. 최씨는 노후를 위해 ‘투자’했던 집을 1가구2주택자라는 투기꾼으로 몰려 팔았는데, 정작 이 집을 가져가는 사람은 ‘젊은 현금 부자’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와 같은 사연은 1가구 2주택자에게만 한정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실수요자인 1주택자들의 하소연도 넘쳐나고 있다. 이들은 다(多)주택자도 아니고 투기꾼도 아닌데, 집값이 올랐다고 실제 소득이 발생한 것처럼 보유세를 매기는데다, 대출마저 사실상 모두 막히면서 현금 부자만이 집을 살수 있다고 토로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 이후 두 달 만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19번째 대책을 지난 20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 따라 경기도 수원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 등 수도권 5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됐다. 조정대상지역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시가 9억원을 기준으로 LTV 규제 비율을 차등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기꾼을 잡겠다는 이러한 강력한 대책의 불똥이 엄한 곳으로 튀는 분위기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 집값을 잡으려는 정책이 아니고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꼼수”, “부동산 규제를 못 버티고 팔게 되는 은퇴자들에게 양도세를 걷는 게 목적”, “1주택자는 집으로 사업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서울에 집 한 채 가지고 살면 안 되나” 등 정부의 대책 발표이후 부동산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네티즌들의 댓글들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규제와 함께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며 거래가 끊기고 매수 문의가 급감하는 등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같은 관망세가 과연 집값 안정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정부의 과도한 ‘편집증적’ 집값 잡기에 가까스로 수요를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끝없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갈수록 쏟아지는 규제에 이제 집 가진 사람은 ‘투기꾼’이고,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것조차 ‘잠재적 투기꾼’으로 돼버렸다. 정부는 매월 보도자료를 통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료를 들여다 보고 있자니 지금 시장의 모습이 과연 그런지 불안해 진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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