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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문 좁아진 공직사회...정치권 밖에 갈 곳 없다

배군득 기자
입력 2020.01.08 10:54
수정 2020.01.08 17:14

전직 차관급 대거 총선 출마…공직전문성 살리지 못 해

낙마하더라도 여당 리스크 없어…총선용 ‘장기말’ 우려

전직 차관급 대거 총선 출마…공직전문성 살리지 못 해
낙마하더라도 여당 리스크 없어…총선용 ‘장기말’ 우려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2차관(오른쪽부터), 김영문 전 관세청장, 강준석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고위공직자 출신들의 정치계 입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공직자들이 이번 21대 총선에 뛰어들면서 공무원 퇴직 후 재취업 문이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차관급들은 대부분 정치 초년병이다. 문미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을 제외하고 모두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출마하는 지역구도 절대 우위에 있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여당에서는 차관급 출신을 대거 영입하며 총선 대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재 총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타진 중인 전직 차관들은 모두 7명이다. 전부 30년 이상 공직에 몸담았던 인물들이다.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해 11월 민주당에 입당해 일찌감치 이천에 출사표를 던졌다.

또 지난달 차관급 인사에서 교체된 김영문 전 관세청장은 울산 울주군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경욱 전 국토부 제2차관과 강준석 전 해양수산부 차관도 최근 총선 출마를 위해 민주당에 영입됐다.

이밖에 지난달 차관급 인사를 통해 물러난 문미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과 노태강 전 문체부 2차관, 기찬수 전 병무청장 등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차관급의 경우 기찬수(1954년생) 전 병무청장을 제외하고 모두 1960년대 초중반생이다. 비교적 ‘젊은 기수’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럼에도 차관급이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것은 재취업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통상 차관급은 해당 전문성이 높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 대학교수, 법무법인 자문위원 등으로 영입 대상 1순위였다.

그러나 최근 대학가는 공무원 영입에 다소 부정적인 분위기다. 전문성 하나만으로 교수직을 주기에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관련 기업으로 전향하는 것 역시 비슷한이유로 줄고 있다.

그나마 법무법인은 꾸준히 차관급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다만 법무법인 자체가 한정적이어서 재취업은 바늘구멍이다.

이에 따라 선거철만 되면 장차관 출신들이 앞 다퉈 정치권 공천을 받기위해 줄을 서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들 정치권 입문이 전문성 확보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 출마 선언한 차관급들 중 대다수는 ‘구색 맞추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은 지역이 아닌 격전지나 불리한 지역이 많다.

자칫 정치권 전략에서 차관급을 희생시키는 ‘장기말’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장관급 영입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장관급은 확실한 표심이 있는 지역으로 공천해야 한다.

문 정부에서는 이미 청와대 출신들이 전략 공천이 낙점된 상태여서 장관급이 나설 자리가 부족하다. 그 지역을 차관들이 메운 셈이다.

차관급이 선전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낙마하더라도 당 내부 리스크가 장관급보다 크지 않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차관 출신들이 정치계 이외에 별다른 취업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50대 중후반인 상황에서 일반 직장인들보다 빠르게 은퇴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결국 선거 시즌만 되면 정치권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후 전문지식을 활용할 재취업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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