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경고 무색⋯총선 관련 테마주 벌써부터 '기승'
입력 2019.12.16 06:00
수정 2019.12.16 05:50
이낙연 관련주 주가 고공행진⋯오세훈 전 서울시장 관련주도 '눈길'
올해 테마주 대부분 제자리⋯"합리적 기대감 성립 여부 파악 우선"
이낙연 관련주 주가 고공행진⋯오세훈 전 서울시장 관련주도 '눈길'
올해 테마주 대부분 제자리⋯"합리적 기대감 성립 여부 파악 우선"
테마주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경고가 무색하게 내년 총선을 4달 앞두고 관련 정치 테마주들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주, 수소차 관련주 등 확실한 모멘텀 없이 분위기에 따라 등락을 반복한 종목들의 올해 수익률이 테마주 편승 위험성을 방증하고 있어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외이사가 이낙연 국무총리와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에 묶인 서원의 주가는 지난 전장 종가 기준 지난 8월 기록한 52주 최저가 대비 약 120.88% 올랐다.
이 총리 테마주로 거론되는 남화산업의 경우 지난 달 25일 52주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지난 13일 종가는 고점 대비 28.04% 하락했고 남선알미늄도 고점(5880원) 대비 48.47% 떨어졌다. 이와 달리 한국선재는 지난 8월 저점 대비 약 39.28% 올랐고, 아가방컴퍼니도 저점(2745원) 대비 24.04%, HSD엔진 72.17%, 디와이 30.15%, 부국철강 103.24%, 남화토건 158.04%, 이월드 156.04% 등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이 총리의 민주당 내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심심치 않게 출마설까지 나오자 관련주들로 지목받는 종목들의 주가가 더욱 요동치는 모양새다.
여기에 일찌감치 총선 준비에 들어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관련주들의 주가도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오 전 시장의 대표적인 테마주로는 진양화학, 진양산업, 진양폴리, 진양홀딩스 등 진양그룹주들이 거론되는데 최근 주가 조정에 시달리고 있는 진양화학과 진양폴리는 올해 저점 대비 전장 종가가 각각 23.39%, 35.57% 올랐고, 최근 3개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진양산업과 진양홀딩스도 저점 대비 41.53%,14.04% 뛰었다.
진양홀딩스 대표 양준형 부회장이 오 전 시장과 고려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진양그룹주들은 테마주로 묶이고 있다.
다만, 기업 본질과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락하는 정치 테마주 130개 종목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한편 내년 21대 총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관련 테마주에 초점을 맞춰 시장 감시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거래소는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 마다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소위 불량 종목 잡기에 앞장선 바 있다. 하지만 거래소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이 점차 가까워지면서 정치 테마주들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테마와 함께 사라지는 수익률⋯섣부른 진입 세월 낚을 수도
이처럼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테마주에 대한 섣부른 진입은 낭패를 부를 수 있다. 일례로 정부의 정책 주도로 테마가 형성된 수소차, 남북경협 주 등은 정책 발표 이후 큰 진전이 없자 소위 '개미 무덤'이 됐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 미래 먹거리로 분류되며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던 수소차 관련주들은 연초 수소경제 로드맵 등이 나오자 일제히 단기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수소 및 액화천연가스(LNG)·압축천연가스(CNG) 등 특수가스 고압용기 전문 제작업체 엔케이는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약 80% 급등했고 수소차 핵심 부품을 현대차에 납품하는 유니크의 주가는 같은 기간 300%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다만, 더 이상의 상승 재료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고점 대비 50% 가까이 빠지는 등 당시 준하는 테마 형성이 없을 경우 당분간 반등은 힘들어 보인다.
이는 비단 수소차 관련주 만의 상황이 아니다. 지난 여름 한·일 무역마찰이 격화되면서 애국테마주로 주목받던 모나미, 신성통상 등도 8월 한 때 현 주가 수준 대비 약 2~3배 가까이 뛰어오르는 등 고점을 경신하기도 했지만 기준이된 현재 주가 수준은 당시 고점보다 저점에 더 가까이 근접해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테마주로 알려진 화천기계와 삼보산업의 주가도 관심주로 주목받던 시기 고점 대비 각각 60.11%, 73.92% 급락했다. 특히, 삼보산업의 경우 계속된 주가 하락으로 인해 다시 동전주로 전락한 가운데 지난 5일에는 52주 최저점까지 뚫고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뚜렷한 모멘텀 없이 기대감만으로 상승하는 테마주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할 것으로 조언한다. 지속성이 없는 테마주들의 특성상 단기간에 나타나는 주가 흐름에 편승해 수익을 낼 확률 보다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특히, 확실한 호재 또는 호재성 재료 등 주가 상승을 이끄는 모멘텀 자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들 종목의 향후 주가 흐름을 전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매수·매도 타이밍에 대한 투자자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흐릴 수 있는 부분도 테마주에 대한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해야 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테마주라 불리는 종목에 투자해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는 상당히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 아니면 대부분의 경우 손실을 본 상태에서 손절하고 나오는 게 대부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주가는 기업 가치를 시장의 잣대로 수치화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업의 실적 개선에 합리적인 기대감이 존재하는 종목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게 우선돼야 하지만 대부분의 테마주들은 이런 요소들과 상관없이 알 수 없는 요인들에 의해 주가가 움직인다"며 "실적 개선에 대한 합리적인 모멘텀 없이 주가가 오른 종목들은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 결정에 있어 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