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봉쥬르? 1선발 류현진이 감당해야 할 무게
김태훈 기자
입력 2019.12.28 09:28
수정 2019.12.29 08:58
입력 2019.12.28 09:28
수정 2019.12.29 08:58
28일 로저스센터에서 공식 입단식..1선발 확실시
'알동'과 쿠어스필드 보다 무서운 홈런 홈구장
리빌딩 의지를 보이고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봉에 선 류현진이 극복해야 하는 환경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 뉴시스
류현진(32)이 만족스러운 조건에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공식 입단했다.
류현진은 28일(한국시각) 오전 6시30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시작한 입단 기자회견에서 등번호 ‘99’가 새겨진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비롯해 마크 샤피로 토론토 사장, 로스 앳킨스 단장, 찰리 몬토요 감독 등과 자리했다. 아내 배지현 전 아나운서도 입단식 촬영에 나섰다.
“헬로 캐나다”라고 영어로 첫 인사를 전한 류현진은 “봉쥬르”라며 프랑스어도 잊지 않았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구사하는 캐나다 환경을 반영한 첫 인사다.
이어 토론토를 선택한 이유도 밝혔다. 류현진은 “나를 가장 원했던 팀이다. 나를 많이 생각해줬다”며 “발전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 마음에 들었다. 계속해서 올라갈 수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지난 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929억 원) 계약에 합의했다. 옵션 없이 연봉 전액을 보장받는 류현진은 연 평균 2000만 달러(약 232억 원)를 받는다. 토론토는 구단 역사상 투수 최대 규모의 계약을 류현진에 안기며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토론토 역사상 99번은 류현진이 최초다.
그만큼 류현진의 어깨는 무겁다. 감당해야 할 무게가 LA 다저스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제1선발로서 블리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랜달 그리척, 캐반 비지오, 보 비셋 등 유망주들과 토론토를 끌어올려야 한다.
토론토는 2019시즌 67승95패(0.414)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에 그쳤다. 3할대 승률에 그쳤던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승률을 받아든 토론토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팀 타율은 AL 15개팀 가운데 꼴찌, 팀 선발 평균자책점은 5.25로 22위였다. 매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A 다저스와는 다른 레벨의 팀이다.
8000만 달러를 보장받은 제1선발 류현진의 어깨가 무겁다. ⓒ 뉴시스
리빌딩 의지를 보이고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봉에 선 류현진이 극복해야 하는 환경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내셔널리그(NL)와 달리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AL) 타선의 파괴력도 감당해야 한다(2019시즌 AL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은 4.76로 NL 보다 약 0.45점 높다). AL 중에서도 강타선을 보유한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같은 지구에서 속한 토론토다.
한국 야구팬들 사이에서 ‘지옥의 알동’이라 불릴 만큼 투수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곳이 AL 동부지구다. AL 팀 득점 1위, 팀 홈런 2위에 오른 양키스는 지난 시즌 다저스타디움서 류현진을 상대로 3개의 홈런 등을 터뜨리며 7점(4.1이닝)을 빼앗았다. 2019시즌 주춤했던 보스턴을 상대로는 펜웨이파크에서 7이닝 2실점 호투했지만, 2018시즌 월드시리즈(2차전)에서는 4.2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가뜩이나 마주해야 할 상대들이 강타자들인데 개폐식 돔구장인 토론토 홈구장 로저스센터는 타자 친화형 구장으로 류현진에게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3위) 보다 홈런 펙터가 높은 1위다(다저스타디움 9위). 내야에 깔린 인조잔디 탓에 땅볼의 타구 속도도 빠르다.
2019시즌 투심과 커터를 앞세워 MLB 평균 보다 높은 50.4%에 이르는 땅볼 유도율을 기록한 류현진 입장에서는 찝찝한 부분이다. 타격에 잠재력을 안고 있는 토론토 내야수들은 전반적으로 수비가 불안하다. 더욱 정교한 커맨드가 요구된다. 8000만 달러를 보장받은 제1선발 류현진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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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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