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 반복되는 수수료 갈등...“곪을대로 곪았지만 해결책은 없어”
입력 2024.12.24 06:37
수정 2024.12.24 13:15
TV 시청 인구 감소에 양측 모두 벼랑 끝 몰려
대가검증협의체 운영하지만...탄핵 정국에 지지부진 우려도
홈쇼핑업계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TV 시청 인구가 감소하면서 양측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중재할 정부마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사실상 해결책이 없다는 하소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 5일 0시부터 딜라이브,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 3곳에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송출수수료 갈등 때문인데 실제로 방송 송출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출수수료 문제는 매년 연말 반복되고 있지만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홈쇼핑사가 먼저 방송을 끊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케이블TV 사업자가 방송 송출 중단으로 홈쇼핑사를 압박했다면 올해는 반대로 홈쇼핑사가 먼저 방송을 중단했다는 점이다.
TV 시청 인구가 갈수록 감소하는 상황에 매년 오르기만 하는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홈쇼핑업계도 벼랑 끝에 몰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가장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수수료 문제는 매년 반복됐지만 오랜 진통 끝에 동결 또는 소폭 인상 정도로 양측이 합의를 봐왔다. 하지만 올해는 더 이상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렸다는 설명이다.
작년 국내 홈쇼핑 7개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3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9% 줄었고,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14개 중 11개 사업자가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만성적인 송출 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작년부터 대가검증협의체를 운영, 홈쇼핑사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계약 공정성을 심의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데다 사실상 현 구조에서는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점에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비상 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정부 기능이 마비되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CJ온스타일의 송출 중단 이후 지금까지 주 1회 열던 대가검증협의체 회의를 수시로 열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이 나오긴 힘들 것이란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송출 수수료 문제는 이미 곪을대로 곪아서 어디부터 해결할 지 난감하다”면서 “OTT로 시청자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TV 시청 인구가 줄어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 해결은 케이블TV 측이 제기한 방송 송출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는 내년 초나 돼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 같다”며 “더 이상 시장에만 맡겨서는 해결이 안 된다.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CJ온스타일과 케이블TV 분쟁과 관련 송출 중단 전부터 두 차례의 행정권고와 함께 비공식적 조율 등을 실시했다”면서 “송출 중단 발생 후에는 대가검증협의체에서 신속하게 가이드라인 위반여부를 5차례에 걸쳐 검토했고 위반사항이 발견된 CJ온스타일과 케이블TV 3사에게 행정처분(시정명령)을 하기 위한 처분 사전통지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자 의견을 검토한 후 최대한 빨리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며 “홈쇼핑 채널 송출이 재개되고 사업자 간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