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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모두가 필사즉생 각오로…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9.11.25 09:00 수정 2019.11.25 08:28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국가 3권위에 군림하려는가

추위와 굶주림 속의 단식투쟁…‘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모순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국가 3권위에 군림하려는가
추위와 굶주림 속의 단식투쟁…‘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모순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째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째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을 것이다.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부의 고위직 모두를 수사대상으로 한다. 대통령이 대상 명단의 맨 위에 올라 있지만 그건 구색용이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가3권 위에 군림토록 하는 초월적 권력기관으로서 고안된 것이 공수처라고 하겠다. 3권분립의 정치체제를 합법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데는 이만한 무기도 달리 없다(다음 정권의 대통령이, 공수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경우는 어떻게 할까? 더 큰 칼을 쥐어야겠다고 여당을 압박할 것이고, 그 때의 여당은 대통령의 충실한 집사로 그 책무를 다하려 할까?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처럼?).

국가 3권위에 군림하려는가

준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공수처의 대가(代價)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군소야당들에게는 이야말로 ‘로또’다. 선거법이 이렇게만 바뀌면 앞으로 당의 존립을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어진다. 전체 의석을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배분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 4당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비례대표 75석의 절반은 연동형으로, 나머지 절반은 현행 배분방식으로 하는, 이른바 ‘준연동형’으로 한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원리는 같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썩 반길만한 제도가 아니다. 현행보다 의석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과반 의석은 꿈도 못 꾸게 된다. 게다가 지역선거구를 28개나 줄여야 한다는 난제가 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방안이다. 정당이 난립하면 집권자는 편해진다. 거대야당에 시달려야 하는 부담이 없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여당과 그 우당(友黨)들이 거대세력을 형성하게 되면 국회를 손 안에 틀어쥐기가 훨씬 용이해진다(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서 여당 내의 반발을 잠재우는 방법도 이미 준비돼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부터 단식‧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시시각각으로 추위가 더해지는 때이다. 인근에서 지난달 3일 이후 계속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먹기는 하니까 그래도 나은 편이다. 황 대표의 경우 추위에다 굶주림까지 덮치고 있다. 환갑 진갑 다 지난 나이다. 체력은 금방 한계에 이른다. 대단히 위험한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추위와 굶주림 속의 단식투쟁

그는 단식에 들어가면서 3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한일지소미아 종료 철회, ▲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가 그것이다. 하나는 해결됐다. 그렇지만 두 가지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포기를 받아내기가 어렵다. 황 대표는 극한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갔다. 문 대통령과 정면 대결을 택한 것이다. 그 자신의 말처럼 ‘목숨’을 걸었을 법하다. 그런 각오 없이 시작했다면 문 대통령의 고집과, 문재인정권의 오만을 부채질 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문 대통령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요지부동이리라 추측된다. 앞으로도 황 대표의 단식 노숙 투쟁에 압박을 받아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편’의 동의가 필요하다. 어쩌면 그런 입장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만약 황 대표가 정말 목숨을 걸었다고 한다면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이 점을 청와대는 물론 여당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여든 야든 양심적으로 말해야 한다. (반년쯤 전에 이 난에 유사한 내용의 글을 썼지만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없다.) ‘준연동형 권력별 비례대표제’는 과욕이다.

‘선거결과에는 민의가 반영돼 있어야 한다.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비례성이 심하게 된다면 민주 선거로서의 의의를 가질 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명분이다. 그럴듯한 말이긴 하다. 그러나 이는 궤변일 수가 있다. 진실의 자기 편의적 왜곡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치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한 사람의 인식‧시각‧신조 때문에 국정은 날마다 요동친다. 단적인 예로 대통령이 ‘조국’을 그렇게 고집하지만 않았더라도 온 나라가 그처럼 장기간에 걸쳐 ‘조국 몸살’을 앓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 연동형 비례대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회의원 선거의 사표방지, 의회 의석배분의 공평성‧공정성만 보고 있다. 그러면 대통령 선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문 대통령이 41%의 지지로 당선되어 통치권 100%를 장악했다. 나머지 59%는 누가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표심의 공정한 반영을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선에서 날아가 버린 59%의 권리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하지 않는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모순

의원내각제 정치체제는 의회가 통치권을 갖는 제도다. 그 통치권은 의회를 구성하는 정당들에 의해 행사된다. 총선 득표율과 정당별 의석수가 비례관계를 이루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그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엔 소선거구제만 있을 뿐 비례대표제는 없다. 정치적 전통과 관례를 중시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1선거구 1인 선출은 국민의 대의기관을 구성하기 위해 정해진 방식이다. 후보별 득표율을 계산하는 선거가 아니라 후보 중 한 사람을 대표로 선출하는 선거라는 인식이 바탕을 이룬다고 하겠다).

권력분립제의 경우, 의회의원 선거에서 정당만이 사표(死票)에 대한 보전을 받아야 할 까닭이 없다. 무소속 후보의 사표는 어떻게 보전해 줄 것인가. 정당이 통치권을 직접 장악하고 행사하는 제도가 아닌데 정당에 대해서만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도 무리한 주장이다. 의원내각제가 아니라면 정당투표를 별도로 실시한다는 것도 명분이 부족하다(물론 정당정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양당제의 폐해가 정치발전을 가로막아 왔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대통령제 자체가 의회를 양당제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걸 무슨 연동형 비례대표제 같은 것으로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자칫 ‘교각살우’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통령제 하의 군소정당 난립 현상을 상상해 볼 일이다. 양당제의 폐해는 정치인들의 의식 개혁과 의회정치의 제도‧관행‧기술 개선으로 극복하도록 노력해 가는 게 옳다.

군소정당들이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 ‘또 다른,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실패의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이는’ 시도를 하자고 고집하는 것이 유감스럽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는 이를 막아내야 할 의무가 있다. 황 대표만의 투쟁으로는 저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당력을 총동원해서 이 무모한 집단이기주의적 시도를 제압해야 할 때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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