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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유공자 靑 초청 오찬서 사라진 '김정은 팸플릿'

이충재 기자
입력 2019.06.24 15:00 수정 2019.06.24 16:14

논란된 '김정은 사진' 소책자 치워…테이블에 메뉴판만 비치

文대통령 "6.25, 北침략 이겨냄으로써 대한민국 정체성 지켜"

논란된 '김정은 사진' 소책자 치워…테이블에 메뉴판만 비치
文대통령 "6.25, 北침략 이겨냄으로써 대한민국 정체성 지켜"


청와대가 6월 4일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260여명을 초청해 가진 오찬 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책자. 청와대가 6월 4일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260여명을 초청해 가진 오찬 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책자.

"6·25는 비통한 역사이지만, 북한의 침략을 이겨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켰고 전쟁의 참화를 이겨내려는 노력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참전유공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6.25전쟁을 '북한의 침략'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스웨덴 의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다.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야당은 "김정은은 6.25를 북침이라고 우기는데, 북의 침략을 부정하는 연설을 한다"고 비판했다.

'유공자들 급체할라...' 논란됐던 '김정은 팸플릿' 사라져

특히 이날 오찬에는 지난 4일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오찬 당시 논란을 빚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이 담긴 팸플릿이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당시 유족들은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다", "급체했다"면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청와대 공식행사 때마다 사용됐던 팸플릿에는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와 문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적혀 있었다. 행사나 음식 메뉴 소개와 함께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 등이 담겨 배포됐다.

청와대는 "통상적으로 오·만찬에 참석하는 분들에게 대통령 활동을 소개하고자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왔다"고 설명했지만, 이날은 행사 성격을 감안해 오찬 메뉴만 적힌 안내장을 테이블에 올려뒀다.


[文대통령 '6.25 참전유공자 초청 오찬 간담회 연설문' 전문]

존경하는 6.25 참전용사와 가족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더운 날씨에 소중한 걸음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시는 길이 힘드시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건강한 모습을 뵙게 되니 마음이 놓입니다.

전쟁의 참화에 맞서 이긴 여러분이 계셨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청와대로 모신 것이 오늘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참전용사와 가족분들을 외부 행사장에서 뵙고 헤어지는 것이 늘 아쉬웠는데, 이렇게 청와대에 모시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국경과 세대를 넘어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함께 이야기하고, 애국의 가치와 역사를 되새기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참전용사 여러분,

6.25는 비통한 역사이지만, 북한의 침략을 이겨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켰고 전쟁의 참화를 이겨내려는 노력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딸, 자랑스러운 부모였던 사람들이 정든 고향,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전선으로 향했습니다.

그 속에는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한 박동하 님도 계셨습니다. 박동하 님과 전우들은 화살머리고지 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습니다. 67년이 흐른 지금도 화살머리고지에는 박동하 님의 전우들, 수많은 용사들이 잠들어 계십니다.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에게 보내는 감동적인 편지를 낭독해주신 박동하 유공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정부는 4월 1일부터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을 시작해 지금까지 유해 72구, 유품 3만3천여 점을 발굴했습니다.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최고의 예우를 갖춰 유해발굴을 계속해갈 것입니다.

고등학생이던 유병추 님은 군번도 계급도 없는 학도병이 되어 전선을 향했습니다. 육군 제1독립 유격대대 소속으로 장사상륙작전에 참전해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공헌하셨습니다.

박운욱 님을 비롯해 일본에서 살고 있던 642명의 청년들은 참전 의무가 없는데도 조국을 수호하는 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 분들을 재일학도의용군이라 부릅니다.

조금 전, 캠벨 에이시아 양이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 고 김영옥 대령님은 미국 최고의 전쟁영웅 16인 중 한 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혁혁한 무공을 세운 뒤 전역하셨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입대해 조국으로 달려왔습니다. 휴전선 중·동부를 60km나 북상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전역 후에는 미국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크게 헌신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김영옥 대령님의 조카 다이앤 맥매스 님과 캠벨 에이시아 양에게 따뜻한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경찰도 전쟁의 참화에 맞서 나라를 지켰습니다. 고 임진하 경사는 ‘경찰 화랑부대’소속으로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수류탄 파편 7개가 몸에 박히는 중상을 입고도 전장으로 복귀할 만큼, 투철한 애국심으로 조국을 지켜냈습니다.

이 자리에 배우자이신 정태희 여사님이 함께해주고 계십니다. 따뜻한 환영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참전용사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입니다. 참전용사의 헌신에 보답하고, 명예를 높이는 일은 국가 책무이며 후손들의 의무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참전명예수당을 역대 정부 최고 수준으로 대폭 인상했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존경받고 예우 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 근조기와 영구용 태극기를 정중히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재가복지서비스도 참전유공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까지 확대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계속해서 참전유공자와 가족들의 삶이 더 편안하고 명예로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함께하고 있는 미래세대가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소중한 역사로 기억하면서 평화의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선양과 보훈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참전유공자 여러분,

6.25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이 함께 전쟁의 폭력에 맞선, 정의로운 인류의 역사입니다.

저는 지난 북유럽 순방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에 담긴 숭고한 인류애를 되새겼습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의료지원단을 파견했고, 많은 소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전쟁 후에도 남아 민간인을 치료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립을 도왔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한국전 참전비에 참배했고, 스웨덴에서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제막식이 있었습니다. 참전용사의 헌신에 감사드리고, 양국의 우의를 다졌습니다.

69년 전 세계 22개국 195만 명의 젊은이들이 전쟁이 발발한 대한민국으로 달려왔습니다.

그 중심에 미국이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장병이 참전했고, 가장 많은 희생을 치렀습니다.

정부는 그 숭고한 희생을 기려 워싱턴 한국 참전 기념공원에 '추모의 벽'을 건립할 예정입니다. 한미 양국은 동맹의 위대함을 기억하며 누구도 가보지 못한 항구적 평화의 길을 함께 열어갈 것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전쟁의 잿더미에서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 불을 넘는 경제강국으로 발전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전쟁과 질병, 저개발과 가난의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돕는 원조 공여국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유엔의 깃발 아래 함께 했던 195만 영웅들의 헌신을 변함없이 기억할 것입니다.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세계인에게 평화와 번영을 선사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 자리에 해외에서 오신 유엔군 참전용사 여러분이 계십니다. 여러분, 이분들께 특별히 감사의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참전용사와 가족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내년은 6.25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53년 7월 27일, 전쟁의 포연은 가셨지만 아직 완전한 종전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두 번 다시 전쟁 걱정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 국내외 참전용사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는 진정한 길이라 믿습니다.

참전용사들이야말로 누구보다 평화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계실 것입니다. 늘 건강하게 평화의 길을 응원해주시고 우리 국민들 곁에 오래오래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주시고 애국의 참된 가치를 일깨워주신 모든 참전용사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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