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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정찬성, 예측 불가능한 '카운터 장인'

김종수 객원기자
입력 2019.06.24 20:57
수정 2019.06.25 06:59

지든 이기든 예상하기 어려운 경기내용 연출

결정적 경기에서 '미친 카운터' 능력 돋보여

모이카노전 승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미친 카운터’ 능력이다. SPOTV NOW 중계화면 캡처

UFC 페더급 정찬성(32·코리안좀비 MMA)이 또 대형 사고를 쳤다.

정찬성은 23일(한국시각)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그린빌서 펼쳐진 ‘UFC 파이트 나이트 154’ 메인이벤트에서 ‘랭킹 5위’ 헤나토 모이카노(30·브라질)를 TKO로 눌렀다.

희귀기술 트위스터로 끝낸 레오나르도 가르시아와의 리벤지 매치, 마크 호미닉전 7초 넉아웃 승리, 알도전 부상 투혼 등 정찬성은 이기든 지든 매 경기 놀라운 결과와 내용을 펼쳐 보였다.

이날도 그랬다. 랭킹이 7계단이나 높은 모이카노를 완파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경기 내용을 보면 더욱 놀랍다. 1라운드 1분이 경과하기 전에 끝냈다. 공격 못지않게 수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모이카노를 상대로 만든 결과라 믿기 어려울 정도다.

모이카노전 승리는 정찬성에게도 의미 깊다. 직전 경기에서 야이르 로드리게스(27·멕시코)에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하며 입지가 흔들렸다. 이런 경우 패배를 안긴 상대와 비슷하거나 급이 낮은 선수와 다음 경기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찬성의 상품성을 잘 알고 있는 UFC 측은 다시 한 번 큰 기회를 줬다. 결국, 정찬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큰 기회를 잡아냈다.

모이카노는 정찬성과의 경기 이전까지 브라이언 오르테가, 조제 알도에만 패했다. 그만큼 어려운 상대다. 정찬성이 모이카노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상성이라는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정찬성이 활동량은 왕성하지만 스피드가 뛰어난 파이터는 아니다. 순간 움직임 자체는 좋지만 스피드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는 아니다. 스텝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유형은 아니라 부지런히 움직이는 상대에게 꽤 많은 유효타를 허용한다.

정찬성은 진흙탕 싸움을 유도하는데 능하다. 반면 모이카노는 덜 맞고 상대를 많이 때리는 유효타 싸움에서 강점을 보여 왔다. 한 방으로 충격을 주기보다는 지속적인 공격으로 포인트를 쌓는다. 경기운영 능력이 워낙 뛰어나 알도전을 앞두고도 모이카노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모이카노전 승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미친 카운터’ 능력이다. 경기 초반 정찬성은 모이카노를 맞아 발을 붙이고 기다렸다. 예상하지 못한 정찬성 전략에 모이카노가 접근했고, 정찬성은 견제 성격의 레프트 잽을 뻗었다.

모이카노도 레프트 잽으로 대응했고, 그 순간 정찬성의 카운터가 불을 뿜었다. 체중을 실은 강력한 라이트훅이 카운터성으로 들어갔고, 모이카노의 턱이 크게 돌아갔다. 충격을 받은 채 쓰러지는 모이카노의 관자노리에 왼손 펀치가 연달아 꽂혔다. 맷집이 좋은 모이카노라도 정타를 제대로 두 대나 허용하니 견디기 어려웠다.

카운터를 앞세운 모이카노전 승리로 타이틀 전선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 게티이미지

정찬성은 냉정했다. 흥분해서 공격을 난사하기보다는 모이카노 뒤를 점령한 채 침착하게 파운딩을 하며 경기를 완전하게 끝냈다. 정찬성은 승자 인터뷰에서 이 같은 패턴은 모두 사전에 준비된 것이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큰 펀치도 아니고 잽이 들어오는 타이밍에서 그러한 카운터를 맞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찬성이니까 가능했다’는 분석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정찬성은 예전부터 중요한 경기에서 놀라운 카운터 능력을 선보였다. 전력상 열세로 예상됐던 호미닉전에서는 공이 울리기 무섭게 달려드는 상대에게 침착하게 카운터를 적중시키며 7초 만에 경기를 끝냈다.

병역 의무 이행 후 가진 데니스 버뮤데즈전에서도 다소 밀리는 듯하다 빈틈이 보이자 거침없이 카운터 어퍼컷을 꽂아 넣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모이카노전에서도 그림 같은 카운터를 선보였다. 이쯤 되면 가히 카운터 장인이라고 할 수 있다.

카운터를 앞세운 모이카노전 승리로 타이틀 전선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됐다. 1승 정도만 추가하면 특유의 상품성과 맞물려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맥그리거의 이탈, 알도의 노쇠화 속에 블루칩 정찬성이 타이틀 전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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