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자성 목소리 높이는 게임업계...“확률형 아이템 개선해야”

김은경 기자
입력 2019.06.05 06:00 수정 2019.06.04 17:47

확률형 아이템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분류 법안 국회 계류

“3N조차 사행성 강한 게임 많아...자체 IP 강화 필요”

확률형 아이템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분류 법안 국회 계류
“3N조차 사행성 강한 게임 많아...자체 IP 강화 필요”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 세미나실에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회견에서 애도사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 황 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 최요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회장.ⓒ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 세미나실에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회견에서 애도사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 황 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 최요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회장.ⓒ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한 세계보건기구(WHO) 결정이 나오자마자 국내 게임업계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각종 토론회를 여는 등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극심한 유감을 표하며 ‘무조건 반대’를 외쳤던 초반에 비해 게임 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되돌아보는 등 자성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으로 불리는 대형 게임3사를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과도하게 유저 ‘현질(현금 결제)’을 유도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확률형 아이템은 뽑기와 같은 방식으로 판매되는 상품을 말한다. 이용자가 일정 금액을 내고 아이템이 들어 있는 ‘랜덤박스’를 구입하면 확률에 따라 특정 아이템이 지급된다. 좋은 아이템일수록 당첨될 확률은 극도로 낮아진다.

게임사의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확률형 아이템은 결국 좋은 아이템을 뽑기 위한 무리한 현질을 유발하고, 도박에서 좋은 패를 얻기 위해 계속 돈을 투자하는 ‘사행성’과 유사한 성질을 띤다. 결국 이것이 ‘도박중독’처럼 ‘게임중독’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20여개의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획득 확률이 100분의 10 이하인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물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분류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분류뿐만 아니라 세부 아이템 구성과 확률의 공개를 강제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의 게임법 개정안은 뽑기에 대한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해 ‘게임 아이템’ 또는 ‘게임머니’의 사행성을 낮추는 것이 골자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발표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2019년 4월 30일 기준).ⓒ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발표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2019년 4월 30일 기준).ⓒ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게임 업계가 확률성 아이템과 관련해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15년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축이 돼 아이템 당첨 확률을 공개하는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아이템 당첨 확률을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 도입 불과 하루 전인 지난달 24일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게임 명단 16종이 공개됐는데, 해외게임뿐 아니라 국내게임 2종이 포함돼 빈축을 샀다.

결국 게임업계가 게임중독 질병코드 국내 도입 반대 주장에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이러한 문제점을 스스로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다.

구독자 28만명을 둔 게임 유튜브크리에이터이자 15년 게임 개발자 출신인 김성회(G식백과)씨는 게임중독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면서도, 국내 게임들의 사행성을 지적하며 자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크리에이터 김성회(G식백과)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사행성을 지적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유튜브크리에이터 김성회(G식백과)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사행성을 지적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3N을 비롯해 국내 게임들의 사행성이 강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게임들 때문에 게임중독 질병 지정을 비판할 때 목소리가 작아진다”고 아쉬워했다.

김성회씨는 사행성이 강한 일부 게임을 ‘슬롯머신에 껍데기만 씌운 게임’에 비유하면서 “기업의 자본과 경영 논리는 이해 하지만 이런 게임이 너무 많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당당하게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 불거졌던 아이템 확률 조작과 관련해 한 게임사 관계자는 “지금은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해서 확률 장난을 더 이상 치지도 못할 뿐더러 쳐서도 안 된다”며 “조작이 발각됐을 때 기업이 입는 손해에 비하면 확률 조작으로 얻는 이득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굳이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게임사 종사자 입장에서 유료 아이템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무리한 확률 아이템 뽑기 보다는 자체 지적재산권(IP) 개발과 몰입도 있는 스토리라인을 통해 세계적인 게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