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어 독이 된 해리 케인, 무리수에 맞은 포체티노
입력 2019.06.02 08:26
수정 2019.06.02 15:09
[챔스 결승]실전 감각 떨어진 탓에 무기력한 움직임
손흥민 등 동료들에게 부담 가중..후반 48분 슈팅 1개
부상을 털고 돌아온 ‘에이스’ 해리 케인(26·토트넘)의 풀타임 카드는 독이 되어 돌아왔다.
토트넘은 2일 오전 4시(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서 펼쳐진 리버풀과의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전반 2분 만에 살라에게 PK골을 허용한 뒤 후반 종반 오리기에게 쐐기골을 얻어맞고 0-2 패했다.
136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토트넘의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 2005년 ‘이스탄불 기적’을 썼던 리버풀이 14년 만에 통산 6번째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장면을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경기 시작 24초 만에 시소코의 페널티킥 허용에 이은 살라의 골이 경기 전체 분위기를 지배했다. 공격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이 잦아지다보면 흐름이 바뀔 수 있지만 토트넘 공격수들은 그렇지 못했다.
후반 들어 위치를 바꾼 손흥민 만이 유효슈팅 3개를 기록하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DESK’ 라인의 케인-알리-에릭센 모두 EPL에서 보여줬던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었다.
워낙 리버풀의 수비가 강하긴 하지만 그럴수록 에이스가 물꼬를 터줘야 했다. 하지만 케인은 그러지 못했다. 약 2개월 만에 부상에서 돌아온 케인은 무기력했다.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선발 출전했지만, 축구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인지 날카로운 움직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전까지 케인을 놓고 고민하던 포체티노 감독은 ‘EPL 득점왕’ 출신의 스트라이커인 그를 선발 기용했다. 아약스와의 준결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모우라와 장신 공격수 요렌테는 벤치에서 시작했다. 다소 무리수라는 지적에도 케인 카드를 꺼냈지만,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유효슈팅은 1개에 그쳤고, 2선과의 호흡도 원활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손흥민과의 시너지효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실전감각이 떨어진 상태의 케인은 공격라인 전체를 무겁게 했다.
케인이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며 도리어 손흥민·에릭센·알리의 공격 부담은 가중됐다. 손흥민이 수비 뒷공간을 노릴 때도 케인은 박스 안에 머무르기만 했다. 공중볼 경합에서도 버질 반 다이크, 요엘 마팁 등에 밀렸다. 결승전 중계진에 해설자로 자리한 전 아스날 감독 아르센 벵거도 “케인은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포체티노 감독은 무기력한 케인을 그라운드에 계속 뒀다.
후반 21분 해리 윙크스를 빼고 ‘ 모우라를, 다이어 대신 요렌테를 투입했다. 교체선수들이 들어와도 케인은 변함없이 최전방에 자리했다. 2선과의 연계플레이가 조금씩 살아나긴 했지만 케인 특유의 파괴력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손흥민의 날카로운 돌파와 강력한 중거리슈팅이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케인은 후반 48분이 되어서야 첫 슈팅을 날렸다. 그것도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힘없는 슈팅이었다. 이에 축구통계전문업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케인에게 평점 6.3점을 매겼다. 손흥민(6.5)-알리(6.4) 보다 낮은 평점이다. 리버풀 수비진 사이에서 고립됐던 케인에게 ‘스카이스포츠’는 양팀 최저인 평점 4점을 매겼다.
현지에서는 ‘케인 풀타임’을 고집한 포체티노 감독 용병술에 대해서도 혹평이 나오고 있다. 결국, 무리수로 보였던 케인 카드는 독이 되어 돌아와 포체티노 감독을 때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