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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조양호 리더십 약화되는 대한항공...오너 부재 우려 고조

이홍석 기자
입력 2019.03.27 10:53
수정 2019.03.27 16:14

주총서 사내이사 선임안 부결...향후 성장 걸림돌 예상

재계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강화, 기업 경영권 부담될 것"

주총서 사내이사 선임안 부결...향후 성장 걸림돌 예상
재계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강화, 기업 경영권 부담될 것"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와 직원들.ⓒ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상실했다. 주주들에 의해 물러나는 첫 기업 총수가 된 가운데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의 오너십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제 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 4개 의안을 표결에 부친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대한 찬성 표가 출석주주의 64.1%에 그치며 부결됐다.

대한항공은 정관상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특별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날 주총의 참석 주식은 총 주식수의 73.8%로 반대표는 35.9%에 달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27년 만에 등기이사직을 내려 놓게 됐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 입사후 약 18년 만인 1992년 사장에 오르면 등기 임원이 됐고 1999년 부친인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회장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지난 1999년 부친인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또 주주들의 손에 의해 처음으로 퇴진하게 된 기업 총수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남게 됐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좌절은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의 합작품으로 성사됐다. 전날 2대 주주인 국민연금(11.56%)이 조 회장 연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여기에 남은 주주들 중 가장 비중이 컸던 외국인 주주(24.77%)들의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의 여러 위법 행위들을 지적하며 연임안에 반대 권고를 했다. 여기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을 독려하며 반대표 결집에 나섰다.

이로써 조 회장이 이사진에서 빠지면서 3명의 대표이사 체제에서 등 2명의 공동 대표이사(조원태 사장·우기홍 부사장) 체제로 자연스레 재편됐다. 또 이사회도 9명(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5명)에서 8명(사내이사 3명·사외이사 5명) 체제가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시기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추가로 사내이사 선임에 나설 것"이라며 "추가로 선임되는 사내이사가 대표이사를 맡게될 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내려 놓게 되면서 한진그룹의 주력계열사에 오너십 약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유가 상승으로 인해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돼 올해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오너십 약화가 회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이 좌절되면서 델타와의 조인트벤처를 통한 미주-아시아 네트워크 확대와 동남아 중장거리 신규 노선 확대 등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2017년 6월 23일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운영을 통한 양사간 협력 강화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대한항공
당장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와 함께 델타와의 조인트벤처를 통한 미주-아시아 네트워크 확대와 동남아 중장거리 신규 노선 확대 등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오는 2023년까지 별도기준 매출액 16조2000억원, 영업이익 1조7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 중장기 비전도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와 주주행동주의가 첫 성과를 내면서 기업들에게도 향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번 주총을 예의주시했던 재계에서는 당장 기업 경영권 행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좌절은 주주들이 언제라도 오너 리더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며 "향후 주주행동주의가 강화되면서 오너와 기업들의 경영권 행사에 많은 제약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과거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오너가 등 대주주들에 밀려 성사되지 않았던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번 일이 주주들에게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도록 독려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어 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될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기업경영권이 더 이상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 부결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배 전무는 이어 "그동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에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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