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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학규 "중도는 중간이 아니라 옳은 길을 찾는 것"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2.02 04:00
수정 2019.02.02 03:00

"대선 이기려 모든 수단 강구하다 김경수 구속

제왕적 대통령제 아닌 합의제 민주주의 할 때"

"대선 이기려 모든 수단 강구하다 김경수 구속
제왕적 대통령제 아닌 합의제 민주주의 할 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국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SK하이닉스 공장 유치를 기원하는 펼침막 수천 개가 42만 인구의 구미시내를 눈처럼 하얗게 뒤덮은 지난달 24일, 한 택시기사는 "'SK 사랑한다'는 플래카드만으로 (공장 유치가) 되느냐"며 "군부대를 다 옮기면서 아무 것도 없던 허허벌판 파주에 공장을 유치했던 손학규 씨처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활동했던 영역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경북 구미에도 그의 경기도지사 때를 기억하는 시민이 있었다.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이후 숱한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바른미래당이 제3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지키며 정치적 공간을 유지한 데에는 여전히 많은 국민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있는 손 대표의 존재감이 있다.

최근 한 달간 '손다방' 전국순회 캠페인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화두에 올려놓는데 성공하며 저력을 과시한 손 대표가 명절 연휴를 앞둔 1일, 국회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일자리 기업이 만든다는데 진보·보수가 있냐
그 때마다 옳은 길을 찾는 게 중도개혁의 정수"


구미의 택시기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하자, 손 대표는 슬며시 웃었다. 분단 이래 이른바 접경지역으로 수십 년간 낙후의 대명사였던 파주는 손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LG디스플레이 공장 유치에 성공하면서 '천지개벽'했다.

손 대표는 "LG디스플레이 본단지를 만들 자리에 군부대가 세 개 있었는데, 그 세 개 부대의 이전 장소를 다 대줬다"며 "50만 평 안에 묘지가 600기 있었는데, 묘석 하나하나마다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한겨울 내내 책임지고 다 이전시켰다"고 회상했다.

파주시를 45만 인구로 키워내고, 1300만 인구 경기도의 먹거리를 만들었던 손 대표는 "국가가 좌편향 이념정책으로 경제를 주도하고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안 된다"며 "경제는 시장에 맡기고, 일자리는 기업에서 만든다는 게 바른미래당의 경제정책"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당내에 나는 보수인데 왜 중도를 이야기하느냐는 분도 있을 수 있고, 내가 호남인데 어떻게 보수를 이야기하느냐는 분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거기에 무슨 진보라서 안 되고, 보수라서 안 된다는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북 문제도 같은 자세였다. 손 대표는 "김정은은 핵폐기를 약속했고, 트럼프는 종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말을 인용한 이날 석간 1면 톱기사를 가리키며 "대북 문제가 우리 사회의 보수·진보를 가르는 잣대가 되고 있는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거기에 무슨 진보가 있고, 보수가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자세를 손 대표는 '중도'의 재해석으로부터 찾았다. 손 대표는 지난해 11월 원불교 종법사 이·취임식에서 "불교에서의 중도 이론은 그 때 그 시간에 가장 알맞은 길을 찾으라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게 바른미래당의 중도 노선이다. 옳은 길을 그 때 그 때 우리 사정에 맞게 해나가는 게 중도개혁의 정수"라고 설명했다.

"중도 노선이란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듯 중간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옳은 길을 찾는 것"이라며 "2010년 민주당 대표를 할 때 '보편적 복지'를 주장했던 내가 지금 '시장 활성화'를 중시하는 것은 지금은 우리 경제가 고꾸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손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의 중도개혁 노선은 '중용(中庸)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보였다.

"대선 이기려 모든 수단 강구하다 김경수 구속
제왕적 대통령제 아닌 합의제 민주주의 할 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국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옳은 길에는 진보·보수가 따로 없다'고 내세운 손학규 대표에게 있어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최악의 권력구조일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대선 '한 판 승부'에 모든 것을 '올인'하며, 각자 지지층을 결집해 대립하는 적대적 공생을 가리켜 손 대표는 "파당 정치, 붕당 정치의 모습"이라고 일갈했다.

지난달 30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을 가리켜, 손 대표는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대선을 지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되니까, 대선을 이기려 모든 수단을 강구하다가 드루킹 여론조작이 나온 것 아니냐"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가 노정된 대표적인 사례로 해석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나오자 손 대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대통령제라고 해도, 미국은 주한미국대사나 주한미군사령관이 다 청문회를 거친다"며 "우리나라는 장관·대법관·선관위원쯤 돼야 청문회를 하는데, 그나마 청문보고서가 없어도 대통령이 그냥 임명해버린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강행 사태를 꼬집었다.

이러한 국정 난맥상과 관련해, 손 대표는 이른바 '촛불혁명' 때 헌법을 바꾸지 못하고 실기(失機)한 것을 애석해 했다.

손 대표는 "4·19 혁명 때는 내각제로 헌법을 바꿨고, 6월 항쟁 때도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선거로 뽑도록 지금의 제6공화국 헌법으로 바꿨다"며 "이번에도 국민대중의 시위로 대통령이 물러났는데, 대통령만 바꾸는 게 아니라 헌법을 바꿨어야 했다"고 아쉬워 했다.

이어 "지금의 여권이 그 때 '어차피 내가 대통령될텐데'라고 해서 꼼짝도 안하다가, 대통령이 되고나니 박근혜정권과 똑같은 정권이 생겨버렸다"며 "김경수 지사가 구속되니 달려들어서 사법부 적폐세력이니,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느니 이야기를 하는 게 친노친문 세력인데, 패권주의가 더욱 강화된 형태가 됐다"고 개탄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합의제 민주주의의 기초로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혁을 관철해내기 위한 손 대표의 '손다방' 전국 강행군의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손 대표는 "우리나라도 대통령과 조그마한 패권세력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권력구조가 아니라, 의회에서 정당과 정당이 연립해 합의하는 독일식의 정치를 할 때가 됐다"며 "대통령 1인에 의해서 정책이 집행되는 게 아니라, 의회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해 서로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게 내가 이야기하는 제7공화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의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그 기초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선거제도 개혁을 원하고 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21대 국회의 구성이 바뀌면, 그 다음에는 권력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자연히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지금 당장 개헌을 논의하자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바뀐 선거제도로 국회가 구성돼서 다당제가 정착되면, 그에 따라서 권력구조 변화를 생각하는 개헌 절차가 맞다"고 역설했다.

"유승민, 갈등으로 비칠까봐 때를 기다리는 것
평화당과 통합 안해도 가을되면 소용돌이 인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국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9석 바른미래당으로 민생경제와 정치개혁의 두 축을 전개하려면 아무래도 힘에 부친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4일 유승민 의원과 만찬 회동을 하며 당력 결집을 시도했다.

이처럼 내부로부터의 당력 결집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있는 반면 박주선·김동철 의원 등은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와 회동해 '소통합'으로 당의 몸집을 불리는, 외부로부터의 결집을 구상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당인(黨人)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의원총회 출석 등의 의무를 소홀히 하면서 선당후사의 자세를 찾아볼 수 없는 모습에 실망을 넘어 분개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유 의원이 당의 내홍으로 비쳐지는 모습을 경계해 스스로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 대표는 "유승민 의원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입장이 있으니까 (공식 석상에) 나오면 아무래도 지도부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러면 반목·갈등으로 비쳐져 당의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마땅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니, 그런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긍정했다.

반면 평화당과의 통합론을 향해서는 "지금 평화당과 통합을 했을 때, 과연 개혁보수 세력이 바른미래당에 관심을 갖고 힘을 합치려 하겠느냐"며 "개혁적인 진보 세력, 전통적인 중도 세력 뿐만 아니라 개혁보수 세력과도 우리는 같이 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굳이 평화당과 지금 당대당 통합을 하지 않더라도, 손 대표는 올해 가을 무렵이 되면 정계개편이 촉발되면서 바른미래당으로 합류하려는 움직임이 대거 일어날 것으로 바라봤다.

손 대표는 "정계개편이라는 용어는 (정치)공학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정치구조 개혁이라고 하고 싶다"며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끝낸 뒤 모색기를 거칠 것이고, 민주당에서도 내년 공천이 가까워오면서 친문 세력과 같이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가을쯤 되면 개별적인 (입·복당) 움직임 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소용돌이가 일어날 것"이라며 "평화당 분들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 의원들 중에서도 '같이 해보자'는 분들이 많으니, 그 때를 위한 준비가 바른미래당이 지금 단합하고 혁신하는 과정"이라고 귀띔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주의의 발전적 개혁
새해 '저녁 있는 삶'으로 '함께 잘사는 나라'"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 손학규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민들의 설 차례상에 다시 한 번 살포시 올려놓으며 자신의 대표 구호인 '함께 잘사는 나라'와 '저녁이 있는 삶'으로 명절 덕담을 건넸다.

손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단지 우리 당 의석 수를 몇 석 더 늘리려는 게 아니라, 촛불혁명을 완성하고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선거제도의 개혁"이라며 "바른미래당은 국민들이 경제적인 여유를 찾아 제대로 된 '저녁이 있는 삶'을 갖기를 원하면서, 국민과 함께 정치를 바꿔 경제가 나아지는 정치개혁을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바른미래당과 함께 2019년 우리가 정말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게 되기를 바란다"며 "데일리안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황금돼지해를 맞이해 모두 부자 되시고 하시는 일들이 다 잘되시라"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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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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