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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실리는 나경원 '첫스텝'…선거제·권력구조 연동론 비등

정도원 기자
입력 2018.12.14 02:00
수정 2018.12.14 06:03

나경원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회에서 야당의 대정부 견제기능만 약화시켜"

유기준 "사표 가장 많은건 대선…文, 41% 득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채택?
국회에서 야당의 대정부 견제기능만 약화시켜"
권력구조개편 병행 요구에 유기준·정유섭 동조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정우택·강석호 의원 등과 함께 1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범국민서명운동본부 발대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의 첫 발걸음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원내대표로서 처음 맞부딪친 난제인 선거제도 개편을 놓고 당내 여론이 나 원내대표에게 무게를 실어주는 분위기다.

나 원내대표는 13일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야당의 견제 기능을 저하시킨다"며 "권력구조 문제를 같이 논의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포함해 각 정당 지도부를 예방했지만, 예방과 주장 수용은 별개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요구에 권력구조 개혁 논의로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나 원내대표가 취한 포지션에 당내 여론은 긍정적이다.

4선 중진 유기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제는 내버려둔 채 국회의원 선거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꾼다면 국회의 대정부 견제 기능만 약화된다"며 "국정운영과 민의가 더욱 멀어지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여부는 권력구조 문제와 반드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정유섭 의원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국회 구성의 비례성만 강조하는 것은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려면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이 선행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권력이 청와대에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다.

'민심 그대로' 의석이 배분돼야 한다고 하지만, 국회에는 미약한 권력견제 기능밖에 없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여러 정당이 의석을 나눈 뒤 연정 구성을 통해 실질적으로 권력까지 분할하는 것과 같은 모습은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40% 남짓의 득표율로 100%의 권력을 장악하는 대선의 사표 발생이 총선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런데 대선은 놔두고 총선만 사표 방지를 명목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미약한 권력견제 기능마저 분산돼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의 독주만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사표가 가장 많이 생기는 선거는 바로 대통령 선거"라며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로, 59%의 사표가 생겨 과반수의 민의조차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통령제는 가만히 내버려둔 채 국회의원 선거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꾼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유기준 "사표 가장 많은건 대선…文, 41% 득표"
정병국·심상정도 권력구조와의 관련성은 시인
성일종 "정치인들, 국민에게 정직해져야" 일침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앞서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도회지의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전제로 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내 반발에 직면하면서 혼란을 낳았다.

정우택 의원은 "당론이 아무런 논의조차 없었는데 우리 당 정개특위 위원들이 중·대선거구제 이야기를 했다"며 "혹시 원내대표의 지시로 가서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공개 회의 석상에서 힐문하기도 했었다.

반면 나 원내대표가 내민 '권력구조 개편 연동' 카드에 당내 의원들이 앞다퉈 동조하는 분위기라, 다른 정당과의 협상력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단식 투쟁과 천막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이른바 야3당은 물론 나 신임 원내대표의 새로운 카드에 반발하는 눈치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력구조 개편이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다소간의 곤혹스러운 감정도 읽히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검토하는데, 권력구조를 같이 대입시키면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라고 반발했지만,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실질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궁극적으로는 개헌까지 가야 하는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선거제도가 권력구조와 일정한 관련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고 수긍했다.

애초에 지금 단식을 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도 전남 강진의 만덕산에서 내려와 정계에 복귀하게 된 명분은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 시대 개막'이었다. 전면적인 권력구조 개편까지 요구하는 단식이 아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한정한 단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 성일종 한국당 의원은 "정치인들이나 정당이 국민에게 솔직하고 정직했으면 좋겠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하는 것은 내각책임제에 맞는 구조다. 권력구조 개편이 전제되지 않으면 될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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