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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개혁이 기업 잡는다-(하)기업 자율성 훼손하는 협력이익공유제

박영국 기자
입력 2018.12.03 06:00 수정 2018.12.03 06:08

분배 프레임에 몰입…시장경제원리 어긋나

이상훈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11월 6일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중소기업벤처부 이상훈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11월 6일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중소기업벤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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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업 자율성 훼손하는 협력이익공유제
분배 프레임에 몰입…시장경제원리 어긋나


최근 삼성의 한 협력업체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엣지 패널’ 핵심 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겼다 적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해당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가 6년간 1500억원을 투자해 만든 것으로, 산업기술보호법에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될 정도로 중요한 기술이었지만 문제의 협력사는 그 10분의 1 수준인 155억원을 벌겠다고 중국 경쟁사에 기술을 팔아치웠다.

이 일이 밝혀지기 불과 몇 주 전.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라는 것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해 판매 성과 등을 공유하면 정부가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엣지 패널’ 사건은 삼성이 개발한 기술을 해당 협력사에 설계도를 제공해 장비를 위탁 생산하는 방식이었는데도 협력사에 의한 기술 유출이 이뤄졌다.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해 대기업과 협력사간 기술 공유가 보편화된다면, 나아가 강제된다면 이런 사태는 더욱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협력이익공유제’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는 부분은 ‘이익공유’ 문제다. 대기업의 재무적 이익을 협력 중소기업에 배분하자는 것으로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과 재산권 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강제하지는 않고 인센티브를 통해 자율 시행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는 사실상 준강제적 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다못해 참여기업에 대해 동반성장지수 평가 가점만 주더라도 비참여 기업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셈이 된다. 참여 기업의 ‘상생 노력’이 부각될수록 비참여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것도 부담스런 부분이다.

재계에서는 독립된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배분하도록 유도하는 것 자체가 자유 시장 경제체제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설령 경영진이 협력이익공유제의 도입을 결정한다고 해도 주주들에게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기존 이해관계자가 아닌 협력사로 확대하는 것을 설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배당으로 돌아갈 이익이 협력사로 확대되는 만큼 주주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배임에 걸릴 우려도 있다.

협력이익공유제가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익을 협력사와 나누다 보면 투자 여력이 약해지는데다, 투자의 결과물은 또 다시 협력사와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기업들이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영활동의 자기부담 원칙에도 위배된다. 제도를 살펴보면 중소기업은 이윤은 공유하되 대기업이 지는 손실 리스크는 책임질 필요가 없다. 연구·생산 단계부터 판매까지 모든 리스크를 대기업이 감당하는 상황에서 이윤만 놓고 중소기업과 나누는 구조는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이나 오히려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기업이 1차 협력사 외에 2차, 3차 협력사에게까지 이익을 공유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실제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 중소기업의 수는 전체 중소기업의 20.8%에 불과하다. 1차 협력사에만 편익이 집중되면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1차 협력사에 포함되기 위한 치열한 물밑작업으로 대기업과 협력사간 갑을관계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기회에 협력사를 해외기업으로 변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협력사들의 경영상황은 오히려 악화된다. 제도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이 ‘분배 프레임’에 몰입돼 새로운 규제를 만든 뒤 부작용이 발생하면 그걸 덮기 위해 또 다시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현 정부의 주먹구구식 정책의 전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협력이익공유제는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놓고 이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보여주기식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파이가 줄어드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무조건 분배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만 계속 내놓는다면 다 같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혁의 방향이 잘못되면 규제가 된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기존에 있는 규제들을 없애도 모자랄 판에,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규제가 생기니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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