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靑에 보고한 세월호 여론전략 보니…"선장의 악행 부각하라"
입력 2018.11.06 10:41
수정 2018.11.06 10:52
기무사의혹 軍 특별수사단 수사결과 발표
특수단 “통치권 보필이라는 미명 아래 권한 남용, 민간인 불법 사찰”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유가족을 치밀하게 사찰한 정황이 군 당국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 7월 출범한 '기무사의혹 軍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8회 압수수색(21곳 33개소), 110여명 129회 소환조사, 이메일 등 전자정보 60여만 개 분석을 실시하고 6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단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을 앞두고 ‘세월호 정국’이 당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기무사는 정국전환과 대통령 지지율 회복을 위해 관련 테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했다.
기무사는 실종자 수색포기, 세월호 인양포기를 통해 정국을 전환할 수 있다고 보고 유가족에게 불리한 여론형성을 위한 첩보를 수집했으며, ‘BH(청와대)’ 주요직위자 등에게 정국 전환을 위한 단계적·전략적 방안을 수차례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단에 따르면 기무사는 참사 초기부터 세월호 TF를 구성했으며, 현장지원부대 및 사이버 운용 부대는 TF의 지시에 따라 유가족 사찰행위를 실시한 후 보고하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이 이뤄졌다.
610부대장은 각 부대원에게 개인별 현장임무를 부여하고 ‘실종자 가족으로 신분위장’ 등 활동지침을 시달했다. 이어 진도체육관 등지에서 실종자 가족 개개인의 성향, 가족관계, TV 시청내용, 음주실태, 실종자 가족 중 여론 주도자 식별 등 관련 첩보를 수집·보고하게 했다.
310부대장은 각 부대원에게 유가족 및 단원고 복귀학생 동정, 유가족 단체 지휘부의 과거 직업·정치성향·가입정당, 합동분향소 주변 시위 상황 등에 대한 첩보를 수집해 보고하게 했다.
기무사 내 사이버 활동부대인 OOO부대 정보OO반은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유가족 개인별 인터넷 기사와 전화번호, 학적사항, 중고거래 내역, 인터넷 카페활동 등을 수집·보고하는 ‘사이버 사찰’을 실시했다.

이렇게 기무사는 전 부대적으로 ‘세월호 정국 조기 전환방안’을 수집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제시된 방안은 이하와 같다.
▲실종자 부모가 강경한 태도로 나오는 경우 친인척들에 대한 적극적인 호구조사를 벌여 신원 확인 후 이들과 우회적으로 보상금지급 협상할 필요
▲세월호 관련 투입비용, 또는 유가족의 요구사항을 언론에 공개하여 수색 및 인양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 필요
▲보수층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으므로, 경제분야 전문가를 활용하여 세월호 사고로 인한 국가경제 악영향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게 하고, 이후 보수단체 주관 국민대상 여론조사 실시를 유도함
▲정부는 지속 수색을 하겠다는 표면적 입장을 취하면서 부정적 여론을 이용하여 유가족의 수색 포기를 압박함
▲세월호 선주·선장의 악행을 부각해 국민적 분노가 이들에게 표출되도록 대상 유도(의인·악인 여론형성)
특수단은 “이번 사건은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기간 동안 ‘통치권 보필’이라는 미명 아래 권한을 남용해 조직적·기능적으로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수단은 세월호 민간인 사찰 수사를 담당했던 군검사, 검찰수사관 일부를 잔류시켜 현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기소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을 수행할 예정이다”며 “관련 민간인 피의자 수사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과 공조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