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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백 착각' 손흥민, 골 없이도 빛났던 캡틴

이근승 객원기자
입력 2018.08.28 06:03
수정 2018.08.28 07:35

헌신적 움직임으로 우즈벡전 승리 기여

후반 갈수록 수비에도 깊숙이 가담

손흥민은 존재만으로도 우즈벡에 큰 부담을 전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이제 2연속 금메달 획득까지 2경기 남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3 남자 축구대표팀이 27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어트 찬드라바가 스타디움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전 우즈베키스탄과 맞대결에서 연장 접전 끝에 4-3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월 AFC U-23 챔피언십 4강서 우즈베키스탄에 당했던 1-4 패배도 설욕했다.

와일드카드 스트라이커 황의조의 활약이 눈부셨다. 황의조는 전반 5분 선제골을 시작으로 해트트릭을 폭발시켰다. 2-3 뒤진 후반 30분에는 상대 수비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깔끔한 마무리 능력을 뽐냈고, 연장 후반 11분엔 승부를 결정짓는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100점 만점의 활약을 선보였다.

2개의 도움을 올린 ‘캡틴’ 손흥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은 황의조의 선제골과 동점골을 도왔고, 날카로운 슈팅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멕시코전을 떠올리는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 골문을 아쉽게 벗어나는 등 득점포는 가동하지 못했지만 공격의 중심이 분명했다.

손흥민은 존재만으로도 우즈벡에 큰 부담을 전했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선수인 만큼, 상대는 그를 막기 위해 2명 이상의 선수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수비가 정비되지 못한 상황에선 카드와 반칙을 맞바꾸는 위험도 감수했다. 손흥민이 수비를 흔들면서, 황의조와 이승우 등 대표팀 공격진은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손흥민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표팀 캡틴답게 수비 가담에도 활발했다.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풀백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수비의 중심을 잡았다. 빡빡한 일정과 지독한 무더위, 낯선 잔디에 체력이 바닥난 지 오래지만, 티 내지 않았다. 더 이상의 실점을 막기 위해 재빨리 수비 위치를 선점했고, 볼 소유를 가져오기 위해 몸을 던졌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손흥민은 한 박자 빠른 패스가 필요한 상황에서 무리한 드리블 시도로 볼을 내줬다. 상대 수비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마르세유 턴을 시도하다 실점 위기를 내주기도 했다. 16강 이란전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그러나 헌신하는 손흥민이 있어 한국은 2연속 금메달 획득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 볼을 내주며 득점을 도왔고, 끊임없이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많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수비와 압박에도 누구보다 활발히 가담하며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제 한 경기만 이기면, 대망의 결승전이다. 슈퍼스타는 가장 중요한 순간 빛나는 법이기도 하다. 손흥민이 조력자가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대표팀의 2연속 금메달 획득에 앞장설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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