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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타개하는 박정호 SKT사장의 '통 큰 리더십'

이호연 기자
입력 2018.04.10 14:58
수정 2018.04.10 16:30

"통신장애, 스스로 되돌아보라는 경고의 메시지...나부터 반성하겠다"

임직원 이메일로 자기반성과 함께 혁신 재무장 주문...고객가치 최우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SK텔레콤

"통신장애, 스스로 되돌아보라는 경고의 메시지...나부터 반성하겠다"
임직원 이메일로 자기반성과 함께 혁신 재무장 주문...고객가치 최우선


“이번 서비스 장애는 우리가 1등이라고 자부하던 분야에서 일어난 것으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지난 30년간 1등이란 자부심에 취해 변화를 멀리했던 우리 스스로를 반성하고 바꿔야 한다. 나부터 반성하겠다. 이번 사건은 나를 포함한 모든 리더들의 책임이 크다.”

이는 최근 SK텔레콤에서 대규모 통신장애가 발생한 직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으로, 자기반성과 함께 모든 임직원들이 다시한번 혁신으로 재무장할 것을 주문했다.

취임 후 줄곧 ‘고객 가치 최우선 경영철학’을 강조하고 있는 박 사장은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위기에 정면 돌파하며 발빠르게 사태진압에 나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사장의 통 큰 고객가치 리더십은 SK텔레콤의 통신장애란 위기를 오히려 5세대(5G) 네트워크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는 ‘전화위복’이 될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의 회사 분위기는 밝지 못하다. 지난 6일 약 2시간 31분간 발생한 통신장애 때문이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실수로 1위 이동통신사로서의 품질과 신뢰가 곤두박질 쳤다”며 “고객 분들께 면목이 없다. 전 임직원이 이같은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사장이 지난 9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잘 드러났다. 박 사장은 “통신장애는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라는 경고의 메시지”라며 “지혜를 모아 일하는 방식과 시스템을 하루 빨리 혁신해나가자”고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박 사장은 ‘고객 피해 보상’과 기존 네트워크 망 점검을 통한 ‘신뢰 회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실제 박 사장은 통신장애가 발생한 다음날인 7일 보상안과 함께 전날 새벽 2시까지 퇴고를 거듭한 사과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대표이사가 고객 앞에 직접 잘못을 사죄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긴급 소집 회의에서도 모든 SK텔레콤 고객에게 본인 명의로 사과 문자 전송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피해를 직접 입지 않은 고객에게 자칫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일부 경영진의 만류로 뜻을 굽혔다고 한다.

박 사장은 피해고객들에게 약관에 명시된 3시간에 상관하지 않고, 피해 가입자 730만명에게 요금제에 따라 약 600원에서 7300원까지 이틀치 보상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경쟁사와 비교해보면 SK텔레콤의 통신 장애 사후 보상 처리는 가장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통3사의 최근 10년간 통신 장애 누적 시간은 총 47시간에 이른다. 이 중 피해 보상액은 SK텔레콤이 438억6000만원, LG유플러스는 1억1000만원, KT는 0원이다.

박 사장의 '통 큰 결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운전자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의 2시간 접속장애 오류시에도, 곧바로 인당 2만원의 보상을 조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호통에 대다수가 증인출석을 꺼리는 국정감사에도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 현안에 대해 막힘없이 의견을 말하는 등 상황을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냐”면서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빠른 사과와 신속한 보상은 가입자는 물론 업계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사장은 올해 고객들이 그간 불편을 느껴온 약정제도, 로밍, 멤버십에 대해 고객 중심적 사고와 제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SK텔레콤의 고객 지향 서비스와 제도 개편들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올해 초 ‘고객 가치 혁신’ 원년을 선언하고 8대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3월 약정제도 전면 개편, 무료 음성 로밍 및 초 단위 과금, 쓰고 싶은 만큼 쓰는 멤버십 개편 등을 혁신 방안으로 내놓았다. 나머지 과제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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