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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 뒤에 숨지말고 당당히 정체성을 주장하라

윤종근 정치평론가
입력 2017.11.10 05:36
수정 2017.11.10 12:44

<칼럼> '색깔론' 매도…정당한 문제제기 논점 흐려

전대협 의장 출신 임종석, '색깔' 떳떳하게 밝혀야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의 전희경 의원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간의 주사파 논쟁이 화제다.

전 의원은 현재 청와대 참모진 중 비서실장을 비롯해 10여명의 소위 386세대 전대협의 운동권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주사파 정권이 아니냐는 날 선 질의를 했다.

이에 대해 임종석실장은 발끈하며 모멸감을 느낀다고 거세게 반발하며, 전 의원의 문제제기를 색깔론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논쟁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 역시 이 문제를 색깔론 논쟁으로 규정하며 전 의원의 문제제기에 비판적인 스탠스를 보였다.

우리 정치사에서 색깔론은 맥카시즘과 동일한 뜻으로 통용된다. 즉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부도덕하고 불합리한 정치공세와 동의어로 이해되고 또 사용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언론과 정치계에서 맥카시즘이란 용어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색깔론이란 말만 남았다. 지난 대선때도 문재인 후보의 정체성에 대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공격에도 맥카시즘이란 용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사진) ⓒ데일리안

조세프 R. 매카시는 1950년대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으로서, 미국 조야에 공산주의자들이 암약하고 있다며 무차별적 폭로를 이어나갔다. 심지어는 국무부차관인 엘저히스까지 소련의 스파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당연히 미국의 정치계와 학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그 첨병이 존스홉킨스 대학의 오언 레티모어 교수였다. 메카시즘이란 용어도 레티모어 교수가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통용되는 색깔론의 동의어인 맥카시즘이란 용어는 그렇게 탄생했다.

1953년 미국의 로젠버그 부부가 소련에 미국의 원자폭탄 제조관련 비밀을 넘긴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선고당했다. 당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지성들이 미국 맥카시즘의 야만성을 비난하며 로젠버그 부부 구명운동에 나섰었다. 사르트르와 피카소 그리고 로마 교황까지 부부 구명에 앞장섰다. 그러나 미국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로젠버그 부부를 전기의자에 앉혀 사형시킴으로서 세계적으로 큰 비난을 받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소련 붕괴후 소련의 과거 비밀문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1950년 당시 맥카시 상원의원의 주장이 사실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맥카시즘이란 용어를 만든 오언 레티모어 교수도 소련의 스파이었음이 드러났다. 사형당한 로젠버그 부부도 소련의 스파이로 단지 원폭 기술이 아닌 미국의 전자파 탐지기 관련 기술을 소련으로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는 미국 정부는 2차대전 당시인 1943년부터 1980년대까지 소련의 모든 암호문을 해독하여 이런 사실들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있었다는 소위 베노나프로젝트(미국의 소련 암호해독 프로젝트)의 진실도 드러났다.

1950년대 미국에도 자생적 공산주의자들이 만연한건 역사적 사실이다. 1930년대 대공황의 후유증으로 자본주의의 한계가 노정되었다고 인식하고 자본주의를 대체할 이념은 공산주의뿐이란 공감대가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도 만연했었다. 프랑스의 지성 로맹롤랑은 막심 고리키의 권유로 소련을 방문하여 스탈린을 만난 후, 50년후 소련이 세계를 지배할 지배할 것이란 예언서인 '모스크바일기'를 저술하기도 하였다.

이러다 보니 2차대전 와중에 열린 얄타회담에서 병약한 루즈벨트가 스탈린에게 철저하게 당한 것과 심지어는 한국전쟁의 원인이 된 애치슨라인의 배후에도 미국 정관계에 암약하던 공산주의자들의 막후공작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사실로 밝혀졌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으로 사용되던 맥카시즘이란 용어는 전부 사실임이 밝혀진 것이다. 우리 정치권과 언론이 더 이상 맥카시즘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상할게 없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전희경 의원의 질의에 대해 임종석 실장은 모멸감을 느낀다며 자신은 그 시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노라 반박했다.

그런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임종석 실장의 이러한 반론은 사실과 다르다. 당시 임 실장과 그의 전대협 동지들이 구현하려한 민주주의는 명백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는 그 기본이 다른 것이었음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트럼프의 방한에 반대하는 일부 극렬 좌파 시위대의 민주주의와 미국에 대한 시각이야말로 과거 임종석의 전대협 논리와 시각 그대로이지 않는가 말이다.

모든 386운동권들이 똑같지는 않았겠지만 당시 그들의 정치코드는 명백히 종북, 반미, 친중이었고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중민주주의, 또는 인민민주주의였다.

1980년도의 대학 운동권의 주도권은 NL파가 장악하고 있었고,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을 부르짖는 주사파가 주력이었다. 전대협 전성기 때 그 핵심에 임종석 당시 전대협 의장이 있었음은 반박불가한 팩트(fact)다.

물론 한 때 젊은 혈기와 잘못된 인식으로 사상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10여명이 포진한 청와대의 전대협 운동권 출신 참모들 중 단 한 명도 사상적 전환을 선언한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 문제이며, 이런 맥락에서 전희경 의원의 문제제기는 지극히 당연하다.

임종석 실장은 청와대 비서실장 이전에 국회의원도 했고 서울시 부시장도 역임했다. 그러나 그런 직책들과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위는 천지차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지극히 당연한 야당의원의 문제제기를 색깔론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건 온당치 못한 처사다.

언론의 태도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는 철지난 색깔론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문제고 헌법이 규정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다른 색깔에 관한 중대한 문제 제기인 것이다.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체제 변혁에 가까운 정책노선을 걷고있다. 무슨 수사를 갖다 붙여도 외교는 친북, 친중에 반미이고, 경제는 반재벌, 반자본 사회주의에 가까운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다. 자신들이 운동권 시절 지향하던 바를 하나 하나 국가정책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차라리 이런 상황이면 색깔론이라 반발하기 보다는 우리들 색깔이 그렇다고 당당하게 나서는게 옳다. 그리고 자신들이 젊은 시절부터 꿈꾸어 오던 나라를 만들어 국민들로 부터 심판받겠다는 자세가 오히려 박수받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좌파 학자인 리영희교수가 자신의 사상적 멘토이며, 그의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고, 월남전에서 미국의 패배와 공산 베트남의 승리에 희열을 느낀다고 솔직히 '커밍아웃' 하고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또한 시장경제체제로 번영을 이룬 나라들의 모임인 G20 정상회담에서도 우리는 사람중심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하노라 당당하게 설파했었다. 임 실장은 그런 대통령을 모시며 비겁하게 색깔론이란 보호막으로 논점을 흐리지 말기를 바란다.

글 / 윤종근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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